[글로벌 위크엔드]“I ♥ 빈티지 룩”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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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아이템들이 뉴욕의 가을을 수놓고 있다. 뉴요커들은 길거리 패션부터 인기 디자이너의 명품까지 다양한 빈티지 아이템들을 즐기고 있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빈티지 아이템들이 뉴욕의 가을을 수놓고 있다. 뉴요커들은 길거리 패션부터 인기 디자이너의 명품까지 다양한 빈티지 아이템들을 즐기고 있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오스카 시상식의 레드 카펫에서 뉴욕 다운타운의 이스트 빌리지까지, ‘빈티지(vintage) 패션’은 뉴욕 패셔니스타의 키 룩 (key look)으로 자리 잡았다.

20대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1980년대 스타일인 ‘빈티지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멍난 가죽 장갑을 끼고 펑크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며 ‘라이크 어 버진’을 부르던 마돈나를 보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필자 같은 이들에겐 흥미로운 일이다.

아직 빈티지를 ‘헌 옷’이라며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많은 탓인지 뉴요커의 빈티지 열정은 유난하다. 할머니가 물려준 크로셰 목걸이나 어머니가 썼던 1960년대 선글라스 등 패셔니스타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아이템이 한두 개가 아니다.

빈티지 스타일은 예술 활동을 하는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스타일로 인식됐던 게 사실. 그러나 이제 뉴욕 빈티지 패션은 업타운과 다운타운,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시크(chic)’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릭터 ‘캐리 브래드 쇼’는 빈티지 붐의 간판 사례다. 캐리는 30대 초반, 미혼에 전문직을 가진 여성 뉴요커를 상징한다. 그녀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재킷 안에 받쳐 입은 빈티지 티셔츠에 플리마켓(flea market)에서 찾아낸 듯한 목걸이를 걸고 80년대 펌프 슈즈를 신고 나온다. 이런 스타일은 이제 뉴욕의 웬만한 거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뉴욕대에 갓 입학한 뒤 유니온 스퀘어 인근 초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한 쌍둥이 자매 스타, 메리와 케이트 올슨은 보헤미안 빈티지 룩의 대표 주자로 유명하다.

뉴욕에서 빈티지 패션 쇼핑은 어디에서 해야 할까.

다운타운 소호와 이스트 빌리지에는 빈티지 아이템을 다루는 숍이 즐비하다. 80년대 무명 아티스트의 본거지였던 이곳의 빈티지 스타일은 자유분방하다. 유니온 스퀘어 인근 ‘칩잭스’는 캐주얼 스타일의 빈티지 의류와 액세서리를 취급하고 있다. 이곳의 인기 아이템은 빈티지 리바이스 청바지. 가격대가 다양한 게 장점이다.

소호의 ‘앤틱 부티크’나 ‘미미스 스크림’은 빈티지 비디드(beaded) 카디건이나 흥미로운 디테일의 코트를 찾기 쉽게 진열하고 있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빈티지 쇼핑’을 비교적 수월하게 끝내는 데 도움을 준다. 첼시의 주말 플리마켓은 1920, 3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의 드레스와 액세서리로 인기가 있다.

인기 디자이너의 빈티지 쿠튀르를 취급하는 곳도 있다. ‘리서렉션’ ‘케니 발렌티’ 등 명품 빈티지 숍이 그곳. 이곳에서는 1960, 70년대의 YSL, 쿠레주, 잔드라 로즈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빈티지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 가격은 쉽게 100만 원을 넘는다.

그래도 쇼핑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빈티지 패션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데니카(28) 씨는 주로 스트리트 스타일의 빈티지 의류를 많이 다루는 ‘어번 아우피터스’, 에스닉과 로맨틱 빈티지 품목이 많은 ‘앤트로폴로지’에서 쇼핑한다. 두 곳 모두 빈티지 리프로덕션 스타일의 브랜드다.

뉴욕의 인기 디자이너들도 빈티지 열풍에서 작품의 영감을 찾으려 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열리는 빈티지 의류 쇼에 도나 카란,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해 ‘섹스 앤 더 시티’의 코스튬 디자이너 패트리샤 필드가 나란히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버웰 양은 “다른 여성들과 구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빈티지를 선호한다”며 “1950년대 비즈가 달린 카디건이나 1940년대 수트를 똑같이 입은 다른 여성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자랑했다.

뉴욕=최영은통신원 blurch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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