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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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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다니엘 헤니다!” “어머 어머, 사인 부탁해요 사인….”
1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 모델 겸 연기자 다니엘 헤니(26)의 등장은 청각적으로 먼저 다가왔다. 검은색 셔츠, 흰색 벨트, 정돈된 헤어스타일… 사람들은 그의 일부만 보고도 ‘조건반사’처럼 소리를 질렀다. 귀를 닫고 눈을 열었다. 자리에 앉은 다니엘 헤니가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추석날 보름달처럼 주변까지 환해지는 듯했다. 단지 수려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청률 50%를 넘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한 이후 얻은 자신감 덕분인 듯.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꿈이던 그의 2005년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명절이다.》
○ 추석 전… “삼순이후 자신감 더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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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어머니와 영국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국내에선 CF를 통해 조금씩 얼굴이 알려졌다. 올해 초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했고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단번에 스타로 떠올랐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기자의 한국말 질문에 그는 간간이 우리말을 섞어 가며 영어로 답했다.
“‘김삼순’이 끝났다고요? 전혀요. 아직도 TV에서 삼순이에 관한 인터뷰, 삼순이 콘테스트 등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김삼순’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듯해요.”
다니엘 헤니의 데뷔작 ‘내이름은 김삼순’은 시청률 50%를 넘었다. ‘김삼순 후유증’ 같은 허탈감을 느낄 만도 한데 그의 반응은 딴판이다. 드라마를 전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신감이 더 커진 것뿐”이란다.
“처음엔 한국말이 서툴러서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 역할에도 자신이 있어요. 아직 제가 ‘스타’인지 잘 모르겠어요. 동네 아줌마들과 할머니까지 사인해달라고 종이를 내미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죠.”
○ 추석 날… “낮에는 희진 씨랑, 밤에는 삼순 씨랑 데이트 할래요”
인터뷰 도중에도 여성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잠시도 차분하게 인터뷰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였다. 과연 추석이나 제대로 쇨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서 추석을 맞은 것이 기쁘지만 뭘 해야 할지는 막막해요.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때 가족이 다 모여서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음식을 차려 함께 먹었답니다. 칠면조를 하도 많이 먹어서 TV를 보다가 가족 모두가 코 골면서 잔 적도 있었죠.”
그는 얼마 전 한 인터넷 쇼핑몰 설문조사에서 ‘명절 때 아내를 잘 도와 줄 것 같은 남자 연예인’ 1위로 꼽혔다. 그 얘기를 꺼내자 “지금이 2005년인데 사랑하는 아내만 부엌에서 일하면 되겠느냐”며 ‘반듯한’ 대답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 “김삼순(김선아)과 유희진(정려원) 중 추석 때 누구랑 데이트하고 싶나”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져 봤다. 그러자 “아휴, 둘 다 자주 통화하고 친한데…. 꼭 골라야 돼요?”라고 난처해했다. 끈질기게 답을 청하자, 한참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낮에는 희진 씨랑 데이트하고 밤에는 삼순 씨랑 만나면 안 돼요? (웃음) 굳이 고르자면 려원 씨? 드라마에서 내 파트너였고 대화도 많이 나눴기 때문에…. 하지만 삼순 씨도 좋아요.”
○ 추석 이후… “제임스 딘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추석 날 한국인들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바람은 무엇일까.
“먼저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재민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가족들의 건강, 마지막으로는 하는 일이 계속 잘되고, 제가 지치지 않길 바라는 거죠. 영화배우 제임스 딘처럼 단 1분이라도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대답이 의외였다. ‘자신보다 남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한 어머니 영향이란다. 어머니 얘기를 꺼내자 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현재 미시간 주에 있는 어머니가 그리운 듯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얼마 전에 어머니가 한국을 다녀가셨잖아요. 미국으로 출국하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어머니를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추석 날 어머니 곁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요. 어머니, 저 조만간 미국 가요. 맛있는 음식 많이 해주세요. 하하. 실컷 먹고 싶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진=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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