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기자들이 만든 다큐 ‘하늘의 선물’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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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방영되는 MBC 다큐멘터리 ‘하늘의 선물’은 눈과 비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반응을 다룬다. 기상청의 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참가자 .사진 제공 MBC
15일 방영되는 MBC 다큐멘터리 ‘하늘의 선물’은 눈과 비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반응을 다룬다. 기상청의 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참가자 .사진 제공 MBC
전남 담양군 삼다리에서 2만여 평의 대밭을 갖고 있는 남상관 씨는 해마다 4월 말∼5월 초 비가 오길 애타게 기다린다. 비가 내리면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처럼 죽순이 많이,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30년 양봉을 해온 안종근 씨는 5월 중순 아카시아 꿀을 얻기 위해 충청도 일대를 떠돈다. 그는 이곳에 보름 동안만 비가 오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때 비가 오면 벌이 꿀을 따지 않고 벌통에만 틀어박혀 있기 때문에 1년 양봉 농사를 망친다.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불면 비가 내려 만개한 아카시아 꽃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의 가슴도 쿵 떨어진다.

MBC 특집 2부작 다큐멘터리 ‘하늘의 선물’(15일 밤 11시 5분)은 ‘눈과 비’라는 자연현상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다. PD가 아니라 기자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색다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는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된다. 누구에겐 원망스럽고 누구에겐 고맙기만 하다.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12월 초 고사를 지낸다. 올해는 제발 눈이 적게 오게 해달라는 고사다. 같은 시기 강원도 스키장 주인들도 고사를 지낸다. 도공과는 반대로 눈이 많이 오게 해달라는 ‘기설제(祈雪祭)’인 셈이다. 도공을 원망하는 곳은 또 있다. 타이어 회사의 성능실험팀. 공들여 개발한 스노타이어를 실험하기 위해 눈이 쌓인 한적한 도로를 찾아다니지만 도공이 재빨리 눈을 치워 버리는 바람에 마땅한 실험도로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시에 내리는 눈은 애물단지다.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귀찮은 존재인 데다 매연으로 검게 물들어 쓰레기로 변한다. 반대로 울릉도에서 겨울눈은 잘 보살펴야 하는 귀한 존재다. 식수가 부족한 울릉도에선 여름철 우기가 오기까지 눈 녹은 물이 그들의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눈이 적게 오거나 눈을 오염시키면 식수난에 시달려야 한다.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빗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 봄철 갈수기와 여름철 홍수기, 도시에 내리는 비의 운명 등도 보여 준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정태성 보도제작국장은 “하늘의 자연 현상에 반응하는 인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도시인에게 눈과 비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영상 에세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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