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가발을 쓰면 공포가…12일 개봉 ‘가발’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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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가발'. 사진 제공 영화인
공포 영화 '가발'. 사진 제공 영화인
이야기 대신 분위기로 공포를 자아내려는 시도는 한국 공포영화의 한 경향이 된 것 같다. 12일 개봉하는 ‘가발’은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에 담긴 원혼이 그것을 쓴 사람에게 옮겨진다는 독특한 발상과 각각 치명적인 콤플렉스를 가진 자매라는 썩 괜찮은 소재를 두고도 미술, 조명, 소리에 더 주안점을 둔 영화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자신의 힘을 드러내는 순간까지 영화는 관객에게 너무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백혈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동생 수현(채민서)이 퇴원하자 언니 지현(유선)은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동생에게 가발을 사준다. 이상하게도 가발을 쓰자 수현은 병색이 차츰 사라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사고로 성대를 다쳐 목소리를 잃은 지현은 점점 다른 사람처럼 돼가는 동생을 보며 의구심을 갖는다. 어느 날 수현의 가발을 빌려간 지현의 친구 경주가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지현은 점점 불안해진다.

이 영화가 마지막에 드러내는 반전을 보면 왜 감독이 자매와 한 남자(지현의 과거 약혼자)가 얽힌 관계를 그려내는 데 그렇게 많은 공을 들였는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너무 많은 공력과 시간을 들인 나머지 반전과 앞선 에피소드가 촘촘히 연결되지 않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쉽다.

공간과 음악이 충분히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무서움을 자아내는 데도 배우들마저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를 내는 장면 등 과도한 공포 유발 장치는 군더더기로 보인다. 최근의 한국 공포영화와 마찬가지로 ‘가발’에서도 남자 배우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비중이다. 이것도 또 다른 경향으로 자리 잡으려나 보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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