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나의 생명 이야기’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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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명 이야기/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지음/348쪽·1만1000원·효형출판(2004년)

줄기세포의 배양이 생명과학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난치병 치료의 물꼬를 튼 세계적 업적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과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이슈는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논제다. 두 과학자와 한 예술가의 3인행이라는 이 책에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다양한 사고 속에서도 우리가 지녀야 할 생명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논란의 주역은 아무래도 황우석 교수다. ‘생명은 희망이다’는 글을 통해 그는 ‘진정한 생명 윤리는 고통 받는 사람을 구해주고 사회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죽음의 고통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연구진이 기울이는 노력은 눈물겹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0.08cm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난자를 하루에 1000개씩 잡고 찌르고 누르는 연구진의 노력이 눈에 선하다. 나아가 그 모든 연구의 특허권을 대한민국에 귀속시킨 대목은 연구 목적의 순수함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결국 ‘복제가 희망’이라는 논리로 이어지고, 복제는 필연적으로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고 배아 복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알아보고 사회적 합의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생명의 전부가 아닐진대 생명의 개념과 범위를 정립하는 과정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과 과학적 사고를 마련해 줄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인간의 서식지도 과학 기술로 창조된 세계라는 전제하에 과학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바다달팽이를 사례로 인간의 잘못된 인식체계를 꾸짖고 개미들의 위기관리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동물과 인간의 대비 속에서 사회 현상이나 인간의 삶을 유추하는 그의 글쓰기는 흥미와 논리를 갖춘 논술의 좋은 본보기다. 10여 년 동안 ‘생명의 노래’ 연작을 발표해 온 김병종 교수의 그림 또한 생명의 외경과 함께 도표, 통계, 그림으로 다양화되는 논술 자료에 대한 훌륭한 연습제재가 될 것이다.

문 재 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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