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평화의 집’ 세상에 잠시 등 돌리고 나를 보다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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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평화의 집’ 기도실에서 수도자인 ‘언님’들과 입소자들이 함께 침묵 속에서 묵상하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수도원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천안=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영성과 평화의 집’ 기도실에서 수도자인 ‘언님’들과 입소자들이 함께 침묵 속에서 묵상하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수도원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천안=윤정국 문화전문기자

“편히 쉬세요.” “몸이 가는 대로 따라하세요.”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가 운영하는 충남 천안시 병천면 은석산 기슭 ‘영성과 평화의 집’에 들어가면 누구나 가장 먼저 듣는 얘기다.

개신교계에선 드물게 수도원 영성의 전통을 살려 영성 회복 훈련을 하는 곳이지만 제1의 모토는 입소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김정란 원장 ‘언님’은 “외부와 단절된 채 업무에서 오는 의무감이나 강박관념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TV나 책도 보지 않고 쉬면 처음에는 온갖 잡생각이 나고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점차 푸른 하늘과 나무와 풀이 눈에 들어오고, 명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에야 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성과 평화의 집’ 옆의 숲 산책로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오른 길을 재현해 놓았다. 천안=윤정국 문화전문기자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는 국내 유일의 개신교 독신여성 수도회로 특정교단에 소속되지 않고 초교파로 운영된다. 이 단체의 상징으로 등잔을 새긴 은색 메달을 목에 걸고 진회색 제복을 입은 여성수도자들은 ‘언님’으로 불린다. ‘언’은 어질 인(仁)에 해당하는 순수 우리말로 언님은 ‘어진 님’이라는 뜻이다.

‘영성과 평화의 집’에는 6명의 언님들이 노동과 기도의 공동생활을 하며 일반신자들의 영성 회복을 돕고 있다.

이곳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기도회를 갖는다. 5일 저녁 기도회에는 언님들과 이날 들어온 50대 여자 권사 1명, 30대 남녀 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도실에서 등잔불을 밝혀놓고 옅은 어둠 속에서 묵상과 성경 낭독, 기도 등의 순서를 가진 뒤 “오늘밤 우리의 영혼을 주님의 손에 맡깁니다”란 노래로 마쳤다. 이 곳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침묵. 그동안 개신교계에서는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교제하는 기도의 여정이 간과되어온 측면이 있다.

김옥태 언님은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새벽에 조용한 곳에서 기도했다는 말씀이 나온다”며 “스스로 침묵해야 바깥으로 향한 관심을 내면으로 모으고 자신과 하나님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언님은 “침묵 속에서 우리 안의 많은 무의식들을 청소하고 나면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다”며 “오랜 시간의 훈련을 통해 이렇게 하고나면 자신의 희망사항만 일방적으로 간구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성수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기도수련회’가 8월 16∼20일 열린다. 041-561-9802, 9803, www.kordiakonia.or.kr

○ 디아코니아자매회는 국내유일 개신교 독신여성 수도회

‘기도하는 일’과 ‘남 섬기는 일’을 삶의 목표로 삼고 더불어 사는 여성 수도 공동체다. 디아코니아(diakonia)는 ‘섬김’이란 뜻. 1836년 독일 카이저스베르트 지역에서 개신교 목사 프리드리케 프리드너가 시작했으며 현재 세계 33개국 72개 단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5월 민중신학자 안병무(1922∼1996) 박사의 제안으로 창립됐다. 창립 이후 전남 목포 지역에서 농어촌 지역사회개발사업, 빈민구제사업, 결핵환자 자활사업, 노인복지회관 운영사업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 1998년 은석산 기슭에 3만 평의 터를 확보하고 ‘영성과 평화의 집’을 지어 이곳을 모원(母院)으로, 목포 현장을 분원(分院)으로 운영하고 있다. 총 11명의 언님들이 활동하고 있다.

천안=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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