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원로화가 3人 3色 개인전

  • 입력 2005년 5월 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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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작 '영원의 초상'(2004년)
이상원 작 '영원의 초상'(2004년)
원로화가 세 사람의 개인전이 잇따라 열린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뜨거워지는 이들의 창작열을 느낄 수 있는 전시들이다.

사진 뺨치는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그려온 이상원(70) 화백이 올 1월 러시아 트레차코프 미술관에서 선보인 ‘영원의 초상’전을 국내에서도 갖는다. 바닷가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 등 한국인의 얼굴을 묘사해 온 이 화백이 이번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인도 바라나시 갠지즈 강에서 만난 인도인들의 얼굴을 그렸다.

2003년 봄 갠지즈 강에서 20여 일간 머물며 물질적으로 궁핍하면서도 정신적으로 충만한 인도인들의 얼굴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는 이 화백은 생사(生死)를 넘어 영원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밝고 따뜻한 얼굴들을 선보인다. 극장 간판 그리기부터 시작해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작가는 각종 공모전 입상을 거쳐 독특한 리얼리즘 화풍을 널리 알려왔으며 한지에 수묵화와 유화를 접목시킨 기법을 선보여 왔다.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상. 02-730-0030

‘수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송수남(67) 화백이 화려하고 현란한 색깔의 신작 꽃 그림 47점을 선보이는 ‘꽃은 마음에 있다’전을 연다. 1980년대부터 수묵 작업과 아크릴 작업을 병행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빨갛고 노랗고 하얀, 동양화에선 드문 강렬한 보색 대비로 시선을 잡아끈다. 전시장이 마치 꽃밭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작품 제목이 꽃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바람에 나리는 꽃’ ‘봐라 꽃피는 소리를’ ‘풍부한 향기 봄날’ ‘세월은 가고 꽃만 피네’ 등 시적(詩的)이어서 그림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준다. 지난해 초 홍익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송 화백의 멈추지 않는 실험정신은 탈속이 주는 자유로움으로 여겨져 신선하다. 4∼1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 02-732-3558

대형 구상회화 그룹전에나 한두 점씩 선보여 온 원로화가 박돈(77) 씨도 오랜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우리 전통의 흙벽 같은 독특한 질감의 배경화면에 한복 입은 소녀와 소 타고 피리 부는 소년 등 한국적 이미지를 그려온 박 화백의 작품 20여 점이 선보인다.

분홍색 해가 떠있는 하늘 아래 피리 부는 소년이 말달리는 풍경의 ‘해돋는 언덕’은 이육사의 ‘광야’를 연상시키고, 고운 색 저고리에 댕기머리 소녀가 목화송이를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아침’은 평온하면서도 정겹다. 단아하면서도 간결한 정중동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씨는 “박 화백의 그림은 시대를 역류하는 ‘느림의 미학’이 특징”이라며 “현대인들은 그의 그림에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고 평했다. 6∼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 02-549-3112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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