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저작권법 16일 발효…인터넷 '음반 대란' 예고

  • 입력 2005년 1월 12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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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는 귀가길에 평소 좋아하던 B 가수의 신작 앨범 CD를 샀다. 집에 도착한 A씨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CD속에 있는 곡들을 모두 MP3 파일로 변환시킨 후, 파일의 일부는 자신의 MP3 플레이어에 저장하고 일부는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또 B 가수의 인터넷 팬클럽과 인터넷 우스개 게시판에도 링크해 올렸다.》

A씨의 이같은 행위중 △MP3 파일을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등록한 것 △인터넷 팬클럽에 올린 것 △우스개 게시판에 링크한 것등은 오는 16일부터는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불법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MP3 파일 변환 △MP3 플레이어에 파일 저장 행위 자체는 불법의 소지는 있으나 자기 혼자 듣는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강화된 저작권법 16일부터 시행◇

지금까지는 별다른 제재없이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음악을 올리고 들을 수 있었다. 개인 홈페이지, 동호회, 팬클럽, 웹진에 이르기까지 누리꾼들이 공짜 음악을 올린 사이트는 수십만개다.

그러나 오는 16일부터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게시된 음악도 모두 삭제해야 한다.

인터넷상 저작권의 보호를 확대 강화한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때문.

이 법은 기존의 저작권자인 작사가나 작곡가외에도 가수 및 연주자, 음반제작자에게도 인터넷에 해당되는 저작권인 ‘전송권’을 부여했다.

그동안은 저작권법 규정이 모호해 음반제작자들이 인터넷상의 ‘공짜 음악’으로 손해를 봐도 좀처럼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웠고, 한다 해도 배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작권이 저작권자와 가수 및 연주자, 제작자 모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소송하기가 쉬워진 것.

누리꾼(네티즌) 입장에서는 앞으로 3곳 모두에 허락을 받아야 하기때문에 공짜로 음악을 이용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게 됐다.

즉, 한국 음악 저작권 협회, 한국 예술 실연자(가수·연주자) 단체 연합회, 음원 제작자 협회 등 3곳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팬클럽에 올릴 때도 가수나 기획사의 허락을 받았다 해도 한국저작권협회 등의 허가를 다시 얻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형사고발 및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저작물을 함부로 이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동안 손을 놓다시피 했던 문화관광부도 이젠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인터넷을 전담하는 단속반을 구성키로 했다”며 “단속반에는 인터넷 전문가들과 저작권 권리자를 대거 투입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신문고 제도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반업계 “공짜음악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

이처럼 저작권법이 강화된 것은 불법 복제와 MP3 등 ‘공짜 음악’으로 음반업계가 빈사 상태까지 이르렀기 때문.

한국 가요 시장은 과거 4000억 규모(2000년도 기준)에서 1/4 수준인 1000억 규모로 줄어들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최고 인기 음반은 150만장에서 200만장이 팔렸으나 지난해 판매량 1위인 서태지 7집은 48만 장 밖에 팔리지 않았다.

음반제작자협회 관계자는 “요즘은 인기가수 앨범도 10만 장씩 팔기가 어렵다”며 “보통 1만 장 정도만 팔린다. 아예 수천 장만 찍어서 방송국에 홍보용으로만 음반을 돌리는 업체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까지 음반제작자 90%가 도산했으며, 지금 살아있는 업체도 대부분 몇 번씩 부도를 맞았다”며 “믿을 건 온라인 시장 뿐이지만 이마저도 통신업체가 수익의 50%를 가져가는 바람에 아주 힘든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때문에 음반 시장 자체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개정된 저작권법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문화부 “저작권 보호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

문화부와 음반 산업계에서 추진하는 저작권 보호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9일 발표한 ‘2005년 지적재산권 범죄와의 전쟁을 위한 세계 구상’에서 올해 한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교육 및 법집행 프로그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불법 음반 유통을 막기 위한 법규가 제때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곧 가입할 예정인 WIPO 실연·음반조약에서도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조약 가입 전 국내법 정비 차원에서도 이번 개정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누리꾼 “전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셈인가”◇

막상 시행일이 다가오자 그동안 공짜 음악을 즐겨온 누리꾼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음악과 관련된 블로그와 카페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게시물이 삭제될 판이기 때문. 또 자체 제작한 플래쉬나 동영상에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삽입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인터넷을 해본 사람치고 법망에 걸리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몰려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상업적인 의도로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자기 홈페이지에 오신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것까지 불법으로 한다면 문제가 많다(시민의 소리)”, “커피숍에서 음악을 트는 것처럼 블로그에서도 배경음악을 틀 수 있는 것 아닌가(먀짱)”,“가수 팬클럽의 경우 한정본이나 절판된 앨범 등 희귀자료를 다른 팬들에게도 들려주기 위해 파일로 올리기도 한다. 시중에서 살 수 없기에 올리는 것인데 이런 것까지 단속하면 안된다(이민석)”

16일 이전 게시물까지 소급해서 단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과거 게시물도 규제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쓴소리)”, “홍보도 없이 막무가내로 따르라는 건 무슨 심보인가?(유진아)”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이미 내 블로그에 있던 모든 음악을 지웠다”며 이번 개정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누리꾼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제로 16일을 기해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관련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당분간은 단속보다는 포털 사이트를 대상으로 경고문을 게시하도록 하는 등 홍보에 치중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저작권 침해정도가 광범위하거나 차후에도 침해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올해 안으로 저작권법에서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저작권 침해자를 처벌하는 ‘친고죄’조항을 삭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형사처벌이 더욱 쉬워지게 된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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