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사태 영화화 논란 예고…‘그때 그 사람들’ 내년2월 개봉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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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사태를 정면으로 다뤄 논란이 예상되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포스터.-사진 제공 강제규&명필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사태를 정면으로 다뤄 논란이 예상되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포스터.-사진 제공 강제규&명필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제작 강제규&명필름)이 최근 극비리에 촬영을 마치고 내년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 촬영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일본 대중가요 엔카를 들으며 시름을 놓는 장면이 있는 데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그의 성생활을 드러내는 듯한 대목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영화는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이 연출했으며 9월부터 이달 초까지 촬영을 마쳤다. 제작사는 논란에 따른 제작중단 사태를 우려해 촬영과정을 극비에 부쳤으며 등장인물도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총제작비 60억 원에 이르는 이 영화는 당시 중앙정보부장인 김 부장의 오른팔로 설정된 주 과장(한석규·가상인물)의 눈을 통해 대통령이 암살되던 1979년 10월 26일 하루를 긴박하게 그리고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박 전 대통령이 극중에서 여가수 송금자가 부르는 엔카를 들으며 감회에 젖는 장면. 이 부분은 그의 일본군 장교 전력과 맞물려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에는 한 여성이 중앙정보부에서 “딸이 아침에 속옷만 입고 어르신(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시는데, 어르신 힘이 좋아서 오전부터 관계를 하더라”고 진술하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강제규&명필름 측은 “이 대목은 촬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각하로만 불리며, 중앙정보부장은 김 부장으로, 여가수는 송금자로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배우 송재호가, 중앙정보부장은 백윤식이, 여가수는 그룹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연기했다.

이 영화는 내년 설 연휴 때 개봉될 예정이며 CJ엔터테인먼트에서 일부 투자 및 배급을 맡았다.

강제규&명필름의 심재명 사장은 “영화는 주 과장이란 인물을 통해 영문 모르고 10·26에 가담한 이름모를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이나 친일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현재 편집 중이므로 완성된 영화를 두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에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그런 영화 이야기를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영화라는 표현 예술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잘 알려진 고인에 대해 의도된 목적이 깔린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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