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로마시대 국보법 희생자”…김정란교수 칼럼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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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를 로마 시대의 국가보안법 희생자로 비유한 김정란(金正蘭·사진) 상지대 교수의 칼럼이 30일 정치권과 기독교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교수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 올린 ‘극우 기독인에게 고함―예수도 국가보안법 희생자’란 칼럼이 문제가 됐다. 그는 이 칼럼에서 “예수는 체제가 허용하지 않은 사상을 지닌 죄로 죽은 국보법의 희생자였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예수는 바로 당신들(극우 기독교인)이 그토록 증오하는 빨갱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수는 당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혁명적인 사상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상범으로 잡혀 죽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칼럼 내용에 대해 한나라당은 “예수를 국보법 폐지 논쟁에 이용했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이성헌(李性憲) 제2사무부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른바 친노(親盧) 진영의 대표 논객인 김 교수의 ‘예수도 빨갱이’란 주장을 대하면서 국보법 폐지 논리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예수님까지 끌어들여야 했는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이어 “1970, 80년대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이 유행했던 시절에도 예수님을 빨갱이라고 공언한 적은 없었다”며 “예수님이 세속의 율법에 저항하다 처형된 사상범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야말로 세속의 이념적 잣대로 예수님을 왜곡한 것인 동시에 기독교인의 자기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도 ‘김 교수는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위해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라고 비난한 한 네티즌의 촌평을 소개하며 김 교수 비난에 가세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회와 정치 분리 원칙에 따라 예수를 정치 논리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예수를 국보법의 희생자라고 한 김 교수의 발언은 목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 교수는 “신앙인으로서 예수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친노 진영 운운하며 편을 가르고 나의 칼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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