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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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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열린우리당이 기자회견과 국회 문화관광위 등에서 민영방송의 사영·세습화 금지를 촉구하고 재허가 심사 강화를 집중 지적하자 이를 방송위원회가 그대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이 방송허가권을 미끼로 방송 길들이기를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야당이 강력히 나서야 하며, 조용히 대처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도 “당 내에 SBS 대책특위를 구성하고 문광위도 긴급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내 미디어대책특위(위원장 고흥길·高興吉 의원)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혁명적 상황”이라며 “노무현 정권이 방송의 국정 홍보 도구화를 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고 의원은 “방송위원회는 대통령 탄핵방송이 편파적이라는 언론학회의 보고서도 무시하고 KBS에서 북한의 혁명가를 방송해도 사과명령조차 한 적이 없다”며 “그런 방송위원회가 일부 언론단체와 여당의 주장에는 이렇게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방송위 결정에 ‘총력 투쟁’을 천명한 것은 공영방송인 KBS, MBC에 비해 민영방송인 SBS가 상대적으로 덜 친여(親與)적이라는 이유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자칫 방송위 결정을 계기로 SBS의 보도 방향이 이전보다 친여적으로 기울 경우, 당장 국가보안법 개폐 및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대국민 홍보전에서 불리해질지 모른다는 게 한나라당의 우려다.
국보법 논란 등으로 순위가 밀리고 있는 여권 주도의 ‘언론 개혁’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당 언론발전특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 차원에서 취재를 거부한 KBS 2TV ‘시사 투나잇’ 같은 프로그램이 또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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