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서커스악극 ‘곡예사의 첫사랑’ 가족공연나들이 안성맞춤

  • 입력 2004년 8월 1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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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철-남성남 콤비가 ‘곡예사의 첫사랑’에서 특유의 ‘왔다리 갔다리 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극장
남철-남성남 콤비가 ‘곡예사의 첫사랑’에서 특유의 ‘왔다리 갔다리 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극장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잊지 않고 유랑 삼천리 곡예 예술단을 찾아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쿵짝쿵짝 악기소리와 함께 알록달록 꼬마전구에 환히 불이 켜진다. 천막 꼭대기에 놓인 조잡한 모형 코끼리 코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마침내 유랑극단의 공연이 시작된다.

서커스 악극 ‘곡예사의 첫사랑’(연출 이윤택)이 공연중인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야외 하늘극장. 후끈한 여름밤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해대면서도 접시돌리기와 저글링 등 곡예가 펼쳐지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곡예사의 첫사랑’은 1960년 4월17∼19일 서울 용산시장 언덕배기에 가설 천막 무대를 치고 공연했던 한 유랑극단의 2박3일을 다룬 대중극. 캉캉을 추는 무용수들이 오색찬란한 치마만큼이나 유치해서 서글프고, 그리워서 아름다운 그 시절의 모습들이 흘러간 옛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나이든 관객들은 ‘극 중 극’ 형식으로 선보이는 서커스와 차력, 만담, 신파극 등 과거 유랑극단의 레퍼토리를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고, 꼬마들은 처음 보는 서커스에 손뼉을 쳐댄다. ‘고춘자-장소팔’ 류의 주거니 받거니 식 만담으로 시작된 공연은 ‘천재 소녀가수 원희옥 양’의 노래로 이어진다. 실제로 옛날 백조가극단에서 활동했던 원로 가수 원희옥씨(68)가 출연해 ‘샌프란시스코’ ‘도라지 맘보’ 등 2곡을 부른다.

가장 뜨거운 박수는 ‘영원한 콤비’ 코미디언 남철(71)-남성남씨(74)에게 쏟아졌다. 반짝이는 꽃분홍색 양복차림으로 등장한 두 사람은 여름밤 공연에 땀을 흘리면서도 “얼씨구절씨구 차차차”하는 노래에 맞춰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왔다리 갔다리 춤’을 보여준다. 단장 역은 악극 전문 배우인 김태랑씨(61)가 맡았다.

경기 수원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을 보러온 유현숙씨(36)는 “어릴 적 TV에서 즐겨봤던 남철-남성남씨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원작은 유고슬라비아 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유랑극단’. 그러나 한국적 상황으로 완전히 내용을 바꿔 번안 냄새를 전혀 풍기지 않는다. 동춘곡예예술단(서커스단)이 서커스 쪽 연출을 맡고 연희단거리패가 출연한다.

서커스와 춤 위주로 빠르고 흥겹게 전개되는 1부와 달리 연극적 성격이 짙은 2부에서는 유랑극단에 숨어든 학생운동 주모자와 경찰의 갈등, 그리고 4·19혁명 등이 다소 무겁게 다뤄진다. 서울 공연은 29일까지. 경기도 문화의 전당 공연은 9월8일∼29일. 3만5000원, 2만5000원. 4인 가족석 10만원. 02-763-1268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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