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늦깍이 발레’가 더 무섭지요…군살빼고 젊음 찾고

  • 입력 2004년 8월 5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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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동 나선영발레스튜디오에서 주부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 학원 최고령 수강생인 이문자씨(65). -이종승기자
서울 마포구 동교동 나선영발레스튜디오에서 주부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 학원 최고령 수강생인 이문자씨(65). -이종승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국립발레단 발레아카데미 연습실. 20대부터 머리가 희끗한 50대까지 성인 남녀 10여명이 무용복과 타이츠 차림으로 바닥에 앉아 몸을 풀고 있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이들은 삼삼오오 바(bar)를 옮기더니 줄지어 서서 손과 발을 천천히 뻗는다.

“1번, 2번, 플리에(굽히기), 그랑 플리에(크게 굽히기)….” 박자와 순서가 곧잘 헷갈리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강사의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발레 클래스에 아이들, 특히 딸을 보내는 부모들은 많다. 서양에서는 이미 필수코스다. 뼈가 채 굳기 전에 몸매를 예쁘게 만들겠다는 것. 그런데 요즘엔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발레를 배우는 어른들이 늘었다. 다이어트나 운동이 목적인 실용파부터 예술을 한다는 거창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까지, 이들은 왜 플로어에 서는가.》

○ 뷰티族

어른들도 발레를 하면 군살이 빠지고 체형이 교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에 노년층의 굳은 근육을 푸는데도 좋다고 경험자들은 전한다. -이종승기자

여성들은 주로 몸매를 다듬기 위해 발레 학원을 찾는다.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는 동작 때문에 군살이 빠져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늘씬한 몸매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두세 달만 발레를 배우면 군살이 빠지고 물렁살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등이 굽거나 엉덩이가 뒤로 빠진 몸매도 교정된다고 더 발레 아카데미의 최은영 원장(26)은 귀띔한다.

아이들과 달리 몸이 굳은 어른들은 처음엔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하기도 버겁지만 1년 이상 꾸준히 하면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동작도 가능하다. O자로 휜 다리 역시 1년이면 곧게 펴진다. 발레 동작이 익숙해지면 평소에도 곧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되고, 자연히 “우아해졌다”는 말도 듣는다.

발레는 언뜻 보기엔 정적인 춤처럼 보이지만 한 자세로 버티는 동작이 많아 열량 소모가 만만치 않다. 전문 발레리나들이 식이요법을 병행하긴 하지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10분만 지나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주부 이정숙씨(41)는 6년 전 딸아이의 발레 클래스에서 어깨너머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72kg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지금은 48kg으로 줄었다. 군살이 거의 없어 30대 중반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 노년의 발레리나들

발레만큼 젊음에 집착하는 예술은 드물다. 전문 발레리나들의 정년은 40세쯤. 각종 테크닉을 구사하기에는 기초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미라면 발레가 오히려 나이 든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요가나 수영 등 노약자들에게 좋다는 운동보다 덜 지루하고, 더 효과적인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 50세를 전후해 팔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오십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나, 뼈 또는 근육을 다친 사람들이 ‘치료를 위해’ 발레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50, 60대 노부부가 함께 발레 학원을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 다른 운동과 달리 격렬한 동작이 별로 없고, 온몸의 근육이 자연스레 풀리기 때문이다.

2년 전 며느리의 소개로 발레를 시작한 이문자씨(65)는 “나이가 들수록 발레를 하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바를 잡고 하는 운동이어서 중심을 잡기 쉽고, 안전하다는 것. 이씨는 한때 재즈 댄스도 배웠지만 무릎이 아파 포기했던 적이 있다. 발레를 한 뒤 몸무게는 3∼4kg 빠진 것이 전부지만 축 처졌던 배의 군살이 사라져 몸매만 봐서는 노인 체형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 젊은 사람들도 1시간 강습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지만 이씨는 점프 동작까지 거뜬히 해낸다.

○ 발레에 빠진 남자들

발레라고 하면 순백색의 드레스와 왕관을 쓴 발레리나를 연상하기 쉽지만 각종 화려한 테크닉을 개발해 발레를 ‘예술’로 발전시킨 것은 남자 무용수, 발레리노들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발레는 게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할 만큼 편견이 심하고, “여자들 몸매 보러 가는 게 아니냐”는 오해는 여전하지만 ‘발레에 빠진 남자들’의 발레에 대한 사랑만큼은 대단하다.

이들은 발레를 다이어트나 운동 등 ‘수단’으로 보는 데 불만을 표시한다. 대신 발레 자체에 대한 애정 때문에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여자들로 가득한 발레 클래스의 문을 두드린다. 재즈댄스나 라틴댄스 등을 배우다가 ‘기본기’를 익히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곽모씨(31)는 발레 공연에 심취한 나머지 직접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선 경우. 5개월째 클래스 내 ‘청일점’으로 발레를 배우고 있다. 그는 친구들로부터 ‘연구대상’이라는 놀림을 받지만 발레 공연을 전보다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이모씨(33)에게 발레는 예술을 실현하는 매개체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있죠. 그 점에서 발레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정치학과 맥이 닿기도 하고요.”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 된 그에게 예술은 그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주는 매개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발레 배울 수 있는 곳
지역장소수강정보문의
수도권국립발레단 발레아카데미주 2회, 4주간. 11만원02-587-6181www.kballet.org
더 발레 아카데미주 2회, 1달간. 8만∼10만원02-543-0222www.theballet.co.kr
나선영 발레스튜디오주2회, 1달간. 10만원02-325-0840
서울발레시어터 아카데미주3회, 1달간. 12만원02-500-1295www.ballet.or.kr
대구MBC문화센터주1회, 12주간. 7만원053-660-1133(롯데점)
주2회, 12주간. 10만원053-818-0022(경산점)
부산중앙문화센터주1회, 12주간. 6만원051-741-3980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주1회, 12주간. 6만원051-810-2351(본점)051-668-2350(동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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