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7월 9일 17시 2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강금실·법무부 장관=올여름 휴가 때 내가 읽을 책은 카를 융의 ‘인간과 문화’(솔 출판사)다. 융이 쓴 논문 묶음인 이 책은 선과 악, 죽음, 결혼과 관계, 여성, 양심, 인격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평소 내가 관심을 많이 갖는 주제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이라든가 영혼, 인간의 형상, 그리고 사회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김어준·딴지일보 대표=‘히틀러 평전 1, 2’(요아힘 페스트 지음·푸른숲)를 읽겠다. 역사는 수없이 많은 인과가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결과다. 그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변수의 일부지 홀로 역사 전체를 결정할 순 없다. 하지만 히틀러의 경우는 예외다. 시대가 그에게 미친 영향 이상으로 그가 시대를 결정했다. 그는 시대와 인간이 부적절하게 결합할 때의 파괴력을 보여 주는 최상의 본보기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그 결합의 디테일이….
▽김제동·방송진행자=이외수 선생의 신간 에세이집 ‘바보바보’(해냄)를 읽을 계획이다. 예전부터 이외수 선생의 팬이었다. 어려운 성장과정이나, 평범하지 않은 생김새, 외모보다 내면성을 중시하는 인품 등이 친근하게 다가와서일까. 가수 윤도현 선배의 소개로 얼마 전 직접 뵈었는데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며 보내 주셨다.
▽박근혜·한나라당 전 대표=사기 육도삼략 손자병법을 정리한 중국 고전인 ‘중국 3천년의 인간력’(모리야 히로시 지음·청년정신)을 통해 인간을 배우고 싶다. ‘도요타 방식’(제프리 라이커 지음·가산)은 ‘도요타의 가장 큰 경쟁자는 도요타 자신’이라는 경영철학이 마음에 와 닿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끊임없는 개선을 추구하는 도요타의 14가지 경영원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박민규·소설가=하워드 블룸이 지은 ‘루시퍼 원리’(파스칼북스)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인간은 대체 왜 이럴까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들게 됐다. 소설가 김영하씨가 내게 권한 만화 ‘열네 살 1, 2’(다니구치 지로 지음·샘터)도 휴가 때 한번 더 읽고 싶다. 평범한 회사원이 갑자기 술에서 깨어나니 열네 살 때의 자신으로 돌아가 있었다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얘긴데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박성수·이랜드 회장=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의 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의 ‘자기경영노트’(한국경제신문사)와 ‘21세기 지식경영’(한국경제신문사)을 다시 읽고 싶다. 앞 책은 1966년, 뒤의 책은 1999년에 나와 33년의 격차가 있지만 두 책은 사실 한 세트와 같다. 특히 ‘21세기 지식경영’의 5, 6장은 21세기에 지식근로자들이 성공하는 데 꼭 필요한 조언을 담고 있어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신경숙·소설가=책을 정해 놓고 읽기보다는 눈에 띄는 대로 읽는 편인데, 가끔씩 심심하면 뒤적거리게 되는 ‘식물의 사생활’(데이비드 애튼보로 지음·까치)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이유미 지음·현암사)를 다시 읽어 보려 한다. 우리 나무 백가지를 알게 되면 친구를 100사람 아는 것과 같고, 식물의 의사소통을 알게 되면 커다란 마당을 하나 갖게 되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
▽안경환·서울대 법대 교수=정수일의 역주로 발간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을 정독할 생각이다. 행여 내가 스쳤던 땅들에 대한 감상도 견주어 볼 수 있지 않을까. 1300년 전에 남긴 5000여 글자를 500여 쪽으로, 그것도 정밀하게 늘리는 지식의 체계에 경탄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여름 양식이다. 여력이 나면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민음사)을 별미로 들어 볼까 한다.
▽안철수·안철수연구소 대표=이원복 교수의 시리즈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는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료를 던져 주는 책이다. 특히 한국 편은 우리나라를 먼 나라처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문화에 대한 비평서라 할 수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창해)의 저자는 중동과 월스트리트라는 상반된 두 영역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연결고리를 발견해 그 개념을 정립한 21세기형 전문가다.
▽이경숙·숙명여대 총장=‘목적이 이끄는 삶’(릭 워렌 지음·디모데)과 ‘다음 세대의 날개’(한홍 지음·비전과 리더십)를 다시 읽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목적…’은 인생의 성공 여부는 사명의식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려 주는 책이다. 목사이자 대학 교수인 저자가 쓴 ‘다음 세대…’는 교육이 우리의 꿈이며 모든 사람이 희망과 비전을 갖고 이를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희망적으로 전한다.
▽윤송이·SK텔레콤 상무=‘Interactive Storytelling: Techniques for 21st Century Fiction’(Andrew Glassner/AK Peters)은 네트워크 환경이 진화하고 기술의 선택범위가 넓어지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연구를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며 고전적 의미의 서사를 새로운 기술 기반에 담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고민해보고 싶다. 또 ‘Bioethics: Ancient Themes in Contemporary Issues’(Mark G Kuczewski, Ronald M Polansky/Bradford Book)에서는 고금을 아우르는 윤리규범과 그 접근법을 배우고 싶다.
▽임동혁·피아니스트=요즘 짬 날 때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전집’을 읽고 있다. 끝 부분의 반전을 기다리면서 읽어나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짱구는 못 말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만화 ‘크레용신짱’도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다. 웃어가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 세계의 가식과 위선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임헌정·지휘자=이덕희의 ‘음악가와 연인들’(가람기획)을 읽다보면 때로 이성(異性)에 대한 열정이 인류를 위한 위대한 정신적 산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열린책들)도 하룻밤에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나는 무협지도 즐겨 읽는다. ‘절정의 기술일수록 단순해진다’는 교훈은 무술뿐 아니라 음악에도 통용되는 것 같다.
▽장진·영화감독/연극연출가=황석영의 ‘삼국지’(창비·전 10권)를 읽고 싶다. 황석영이란 작가는 늘 멀리서 우러러보면서 가장 닮고 싶은 작가였다. 워낙 장편이라 생각만 해 왔는데 올여름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오랜만에 각종 계간 문예지도 찾아 읽고 싶다. 뷔페를 즐기듯이 비평, 시, 단편소설 등 여러 장르의 문학을 맛보고 싶다.
▽장한나·첼리스트=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저녁식사 뒤 위대한 소설가가 술술 들려주는 옛 이야기처럼 포근하다. 음악가가 연극 각본을 읽는 것은 명곡의 악보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Tragicomedy(희비극)’라는 부제처럼 가볍게 또한 무겁게 많은 생각을 제시해준다.
▽정진영·영화배우=9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다음 작품에서 연산군 역을 맡게 돼 아무래도 올여름은 연산군에 대한 책을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지금도 ‘조선 국왕 이야기’(임용환/혜안)를 읽고 있는데 개론적인 이야기여서 술술 잘 읽힌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신동준씨가 쓴 ‘연산군을 위한 변명’(지식산업사)을 읽을 생각이다.
▽조수미·소프라노=최근 영화음악을 담은 새 음반을 준비하면서 ‘냉정과 열정 사이’(소담출판사)라는 영화를 알게 됐고, 쓰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블루’도 읽게 됐다. 내가 사는 피렌체는 그 사랑 이야기의 진한 빛깔 배경이다. 최근 선물 받아 읽고 있는 책으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가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생소했던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
▽진중권·평론가=‘썸데이 서울’(김형민 지음/아웃사이더)이란 수필집이다. 진보단체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진보누리’에 ‘산하’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저자(방송국 PD)는 내가 지니지 못한 글쓰기 능력을 지녔다. 방송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글들에는 사람의 정서를 움직이는 감동적 힘이 실려 있다.
▽차승재·영화제작사 싸이더스 대표=‘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문학동네)를 휴가 때 꼭 읽을 생각이다. 주위에서 하도 재미있다고 해서 읽어보려고 했으나 시간에 쫓겨 미처 읽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문익환 평전’(김형수/실천문학사)도 다 끝낼 생각이다. 생전에 문 목사를 많이 뵙기도 해 관심을 갖고 읽게 됐다.
▽최태지·무용가·정동극장장=‘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데쓰코/프로메테우스)는 언제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천진하고 약간은 엉뚱하기까지 한 주인공을 받아준 ‘도모에 학교’가 있었기에 저자는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청소년 때부터 즐겨 읽은 루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도 여름날 독서로 적격이다. 읽는 사람의 나이와 지위를 넘어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정리=책의 향기팀 book@donga.com
20040604015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