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13일 17시 3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부부들이 아이를 하나만 갖는 경향이 커지면서 외동아이 때문에 소아정신과나 아동심리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많은 외동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남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울기부터 하거나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비굴하게 행동한다며 하소연한다.
일부 부모는 “아이를 하나 더 가졌어야 하는데…”하며 자책한다. 아이에게 형제 자매가 있으면 저절로 사회성을 익히지만 외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외동은 단점 못지않게 장점이 많으며 부모가 제대로만 키우면 외동이라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한스 안데르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타이거 우즈 등이 모두 외동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 ‘외동아이가 성공한다’(수전 뉴먼 저), ‘우리 귀한 외동아이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고시환, 전정애 등 공저) 등의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이 잇따라 소개되는 것은 외동아이를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있다.
▽외동아이는 병?=아동교육학자들에 따르면 형제 자매 관계는 또래나 부모 자녀 관계에서 얻을 수 없는 관계나 경험을 제공하며 아이는 이 속에서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사회’를 배울 수 있다.
언니, 형 등은 교사나 보호자의 역할을 하며 동생은 학습자와 추종자의 역할을 한다. 자연스럽게 친구를 알게 되고 집단적 소속감, 연대감, 욕구불만에 대한 인내심을 배운다. 또 상대방의 처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동일시(同一視)’를 체득하게 된다.
그래서 100여년 전 처음으로 외동에 대한 연구를 한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폴은 “외동이라는 것 자체가 병”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뉴먼 박사는 최소한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교육비용 때문에 자녀수를 줄이고 있고 △보육시설과 유치원 등에서 사회화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취학 후 학교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외동이라고 사회성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먼은 “외동은 형제 자매가 있는 아이보다 1 대 1로 지적 자극을 받을 기회가 많아 행복도가 높고 학업 능력도 앞선다”고 주장한다.
▽외동아이는 키우기 나름=외동아이의 장점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외동은 애정이 많고 순종적이며 관대하다고 주장한다.
또 외동은 자신을 긴장시키는 존재인 형제자매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으며 부모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그것은 부모가 제대로 가르쳤을 때의 설명이며,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많은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아동심리학자들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 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다 학교에서도 인성보다는 지식 교육에 치중해 외동이 제대로 자라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동아이에 대한 긍정론자와 비관론자 모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부모는 어떻게?=우선 아이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예뻐 보여도 명백한 잘못에 대해 ‘아직 몰라서’, ‘아직 어려서’라며 용서해서는 안 된다.
나눠 쓰기, 차례 지키기, 고운 말 쓰기, 인사 잘하기, 공중장소에서 뛰거나 시끄럽게 하지 않기 등을 어겼을 때에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 이때 똑같은 잘못에 대해 어떤 때에는 혼을 내고 어떤 때에는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늘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한다.
외동에게 모든 걸 주려고 해서도 안 된다. 아이가 포기할 것은 포기하도록 매듭을 지어야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에게 물질로 보상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를 의존적으로 만들고 독립성의 발달을 막는다.
형제관계가 주는 장점은 부모가 만들어주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대화할 때 또래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친구와 생각이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묻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돕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구와 자신의 장단점을 비교하도록 유도한다.
또 욕구를 참거나 축소시키는 훈련을 시키도록 한다. 협동심과 양보심을 경험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더러 부모가 친구 역할을 직접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부모와 아이의 세대간 경계는 지켜야 한다. 부모에게 버릇없이 굴고 반말을 하는 아이는 밖에서 다른 어른에게도 그렇게 해 미움을 받는다.
부모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이미 통제권 밖에 있다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