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권력’ 멀티플렉스 이대로 좋은가]<1>빈익빈 부익부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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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멀티플렉스(Multiplex·복합상영관)는 ‘관객 1000만 시대’를 이끈 주역 중 하나다. 멀티플렉스 바람으로 98년 전국 5018만명이던 관객 수가 5년 만인 지난해엔 1억999만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월에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사상 최고인 82.5%를 기록하기도 했다. 8∼15개의 스크린으로 관객들에게

폭넓은 ‘영화선택권’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게 멀티플렉스의 장점. 그러나 최근 한국 영화가 전성기를

맞으면서 멀티플렉스가 영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영화권력’으로 자리 잡은 멀티플렉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2회에 걸쳐 싣는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흥행영화 ‘편식’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전 세계에서 개봉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경우 미국 개봉시 스크린 수는 3703개였다. 전미극장주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2년 미국 스크린 수는 3만5804개. 약간의 변동을 감안한다 해도 미 전역 극장의 10%선에 불과하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지난달 5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스크린 수는 전국 452개였고 한 주 뒤 513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전국극장연합회가 밝힌 스크린 수(1241개)를 기준으로 보면 각각 36.4%와 41.3%에 이르는 수치다.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의 경우 개봉 당시 같은 계열사인 ‘쇼박스’가 배급한 ‘태극기…’를 16개 스크린 중 좌석 수가 많은 ‘노른자위’급 1∼6관에 배치했고, 나중에는 최대 8개관까지 상영관을 늘렸다.

이처럼 스크린이 ‘실미도’와 ‘태극기…’ 등 흥행작에 독점된 상태에서 ‘작은 영화’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프랑스 영화 ‘알게 될 거야’는 2개 스크린에서 개봉됐고 ‘8명의 여인들’ ‘러브 미 이프 유 대어’는 아예 개봉이 연기됐다. 일단 작은 영화들이 개봉된다 해도 ‘조조상영’(1회만 상영) 또는 ‘퐁당퐁당’으로 불리는 교차상영으로 관객들은 영화를 만나기가 힘들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시장논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수백 개 극장에서 개봉되는 와이드 릴리스(Wide Release) 방식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크린 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멀티플렉스의 역기능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 멀티플렉스는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관객 2600만명으로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자리를 지킨 ‘CJ CGV’는 2003년 매출액 1820억원과 순이익 4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33%, 순이익은 41.7%나 증가했다.

‘메가박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 990억원과 15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할 때 각 39%와 36% 늘어났다. 최근 영화 제작과 배급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롯데시네마’도 매출 800억원과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는 ‘꽤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한편 멀티플렉스의 ‘아킬레스건’인 수익구조와 관련해 최근 한 대학생이 외부 음식물 반입금지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비록 원고인 대학생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법원은 “구내에서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음료수와 팝콘을 판매하는 영화관측의 관행은 부당이득 행위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극장에서 1500∼2000원에 파는 팝콘의 원가는 ‘기밀사항’. 하지만 놀이공원 등에서 파는 자동판매기용 팝콘 1봉지의 제조원가가 144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 원가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멀티플렉스는 한국 영화 붐 형성에 기여했지만 할리우드영화나 한국영화의 흥행작이 아니면 설 땅이 없는 기형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200년 주요 국가 영화산업 규모(극장 부문)
구분미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한국
스크린 수3만5804개2635개5280개*2998개4868개1241개
관객 수16억3930만명1억6080만명1억8450만명1억7600만명1억6390만명1억999만명
1인당 평균관람횟수5.7회1.3회3.2회2.9회2회2.2회 (2002년)
자국 영화점유율*94%27%35%8.3%11.9%52.9%

2월초 주요 영화 스크린 수
제목스크린 수(서울 기준)
태극기 휘날리며110개
실미도 53개
피터팬7개
브라더 베어2개
곰이 되고 싶어요2개
아타나주아1개
프리다1개
알게 될거야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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