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 20주년 오태석씨 "연극은 계속 돌려야 한다"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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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씨가 이끄는 극단 ‘목화 레파토리 컴퍼니’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오씨는 “연극은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씨가 이끄는 극단 ‘목화 레파토리 컴퍼니’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오씨는 “연극은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연극은 콘크리트가 담긴 레미콘 트럭과 같다고 생각해요. 자갈과 모래, 시멘트가 뒤섞여서 끊임없이 돌아가야 돼요. 안 그러면 굳어버려요. 콘크리트를 계속 돌리다가 틀에 집어넣으면 그 틀의 모양대로 번듯하게 만들어지잖아요.”

극작가 겸 연출가인 극단 ‘목화 레파토리 컴퍼니’의 오태석 대표(64·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는 자신의 지론대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늘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다. 40년 동안 오직 한 우물만 파 왔지만, 그의 연극은 늘 변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1984년 그가 창단한 ‘목화’는 20년 동안 그가 연극을 실험하는 도구였다. 연극계에서 그는 ‘현역 최고의 연출가’와 ‘가장 실험성이 강한 연출가’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올해 ‘목화’ 창단 2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16일부터 2월 1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02-745-3966)에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상연하고, 2월에는 ‘자전거’를 공연할 예정이다. 9월에는 ‘백마강 달밤에’를 동숭소극장에서 올린다.

“‘심청이…’를 다시 올리는 이유는 사실 대표작이어서가 아니라 작품이 요즘 세태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에요. 1990년 그 작품을 쓸 때 일어났던, 한 청년이 ‘공중전화를 오래 쓴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이 모티브가 됐어요. 각박한 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릴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요즘도 비슷해요. 아버지가 아이들을 한강에 던지는 세상이….”

‘심청이…’는 순박한 시장통 청년이 각박한 현실로 인해 인질범이 되고 마는 과정을 그렸다. 한번 상연한 작품을 다시 한다고 해도 그의 연극에는 이전과 같은 것이 없다. 매번 새로움을 덧칠한다. 예를 들어 1986년 공연 때 충청도 사투리로 진행했던 ‘자전거’는 이번에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공연된다. ‘끊임없이 돌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맞닿는 부분이다.

그에게는 또 다른 지론이 있다. 좋은 연극은 훈련을 거듭해야 탄생한다는 것. ‘목화’는 대학로에서도 연습량이 가장 많은 극단으로 통한다. 그는 “연극은 모든 볼거리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극단의 배우들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혹독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슬슬 쉬면서 일할 때도 됐지만 그는 공연마다 떠오른 영감을 메모하고 다음날 공연에 반영한다. 한 연극이 공연되는 동안에도 다음 작품의 연습을 진행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극작가로서도 게으름을 피우는 법이 없다.

“나는 막 습작기를 벗어난 듯한 느낌인데, 남들은 이제는 그동안의 일을 정리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해요. 그러면 나보고 죽으라는 거지. 세상에 연극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허허허. 5, 6월이면 또 신작을 올릴 겁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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