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구려’…해외 유명사이트 12곳 “한국은 서기668년 형성”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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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들이 한국의 역사가 고구려 멸망 후 삼국이 통일된 66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터넷에서 ‘일본해(Japan sea)’ 표기를 ‘동해(East sea)’로 바꾸는 등 한국 바로 알리기 운동을 벌여 온 민간단체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가 사이트 오류 분석 작업 중 발견한 것.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반크가 찾아낸 오류 사이트는 세계적인 여행 포털사이트 ‘아이 익스플로어’(www.iexplore.com),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여행정보(http://iexplore.nationalgeographic.com), 야후의 여행정보(http://travel.yahoo.com), 호텔 예약 사이트(www.easynetreservation.com), 미국 미시간주립대 홈페이지(www.umich.edu) 등 모두 12개.


이들 사이트는 모두 한국 역사에 대해 A4 용지 한 쪽 분량으로 ‘서기 668년 국가가 최초로 형성된 이후 한국은 1592년 일본의 침략과 30년 후 만주(청나라를 뜻함)에 의해 유린당했다(After its initial formation in AD 668, Korea was devastated by the invading armies of Japan in 1592 and the Manchus three decades later)’고 똑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야후와 호텔 예약 사이트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사이트들은 제휴관계인 ‘아이 익스플로어’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게시한 것.

이는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기원전 37∼기원후 668) 백제(기원전 18∼기원후 660) 통일 이전의 신라(기원전 57∼기원후 668) 등 삼국시대의 역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최광식(崔光植)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과거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쓴 한국사 책 영역본들 가운데 한국사의 시작을 통일신라 이후로 기술한 것들이 있는데 문제가 된 사이트들은 이런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기태(朴起台·29) 반크 기획단장은 “관련 사이트들에 항의 메일을 보내 관광 사이트 한 곳(www.travelocity.com)으로부터 시정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반크는 홈페이지에 ‘21세기 광개토대왕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고구려 특집 메뉴((http://prkorea.com)를 개설해 오류가 발견된 사이트의 주소와 화면을 올려놓고 네티즌들이 해당 사이트에 항의 서한을 보내도록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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