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지휘자 호그우드 "원전 오페라에 칼 대지 마시요"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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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제작자들이 짧은 생각으로 무대를 망치고 있다.”

‘원전(原典) 연주계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지휘자 크리스토퍼 호그우드(62·고음악 아카데미 창립자·사진)가 오페라계에 쓴 소리를 쏟아놓았다. 호그우드는 최근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오페라에 칼 대기(Knives at the Opera)’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원형이 훼손되는 오페라 공연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1973년 ‘고음악 아카데미’를 창단해 원전연주의 대중화에 핵심적 역할을 맡아온 인물.

호그우드는 제작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자유가 부여되면서 작곡자의 시대정신을 마음대로 훼손하는 공연이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대에서 브륀힐데(바그너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여주인공)가 이를 닦거나,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주인공들이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전위적 설정은 한마디로 바보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제작자들이 마음대로 휴식시간을 설정해 오페라의 흐름을 끊어 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무대 위의 새로운 연출은 ‘꾸미기’라고 좋게 봐줄 수 있다. 그렇지만 곡의 흐름을 끊는 것은 눈을 감고 앉아 있어도 알 수 있는 명백한 작품 훼손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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