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교수의 性보고서]오래 한다고 좋을까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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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사정해 고민하는 조루증 환자는 사정을 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소위 ‘지루증’ 환자를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지루증 환자가 겪는 고민은 조루증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지루증 환자는 성욕이 충분하고 발기력도 왕성하지만 오르가슴을 느낄 듯하면서도 사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쨌든 간에 사정이 이뤄지는 조루증 환자보다 불만과 긴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드물지만 몽정 이외에 정상적인 성관계를 통해 평생토록 단 한번도 사정을 하지 못하는 남자들도 있다. 32세 된 S씨가 그런 경우다.

S씨는 연애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몽정이나 자위행위를 통한 사정은 가능했지만 부부관계를 통한 사정의 경험은 단 한번도 없다. S씨와 부인의 불만은 상당히 심하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점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

S씨는 부인이 성적으로 극치감에 이르면 자신도 절정에 이른 것처럼 ‘연기’를 한다. 그리고 아내가 잠들기를 기다려 욕실로 가서 자위행위를 하곤 한다.

부부관계가 점점 힘만 들고 재미가 없어졌으며 최근에는 2개월 정도에 한번 꼴로 뜸해졌다. 이 때문에 부인은 남편의 애정을 의심하게 됐고 S씨는 의무감에 다시 부부관계를 갖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나중에는 성관계 도중에 음경의 발기가 시들어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S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성이 남성보다 성적 극치감에 이르는 시간이 늦기 때문에 지루증이 여성에게는 불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남편의 사정 능력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인이 알면 ‘나눠 갖는 즐거움’의 불균형으로 인해 결국 부부관계에 금이 간다. 그리고 많은 여성이 남편의 문제를 자신에 대한 거절이라고 오해한다. 젊은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지루증은 대부분이 불안과 죄책감 등이 원인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노년기에 나타나는 지루증은 대부분 성기의 감각 저하로 인해 성적 흥분이 떨어지고 폐경기에 이른 부인의 질 근육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음경에 제대로 자극이 가지 않는게 문제인 것이다.

‘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0, 50대 남성의 15%, 60대 남성의 18%, 70대 남성의 28%가 지루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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