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34>回 避 회 피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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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 避 회 피

避-피할 피 弊-폐단 폐

薦-천거할 천 廉-청렴할 렴

襲-반복할 습 邂-우연히 만날 해

2년 여 전 ‘科擧衣’(과거의)를 설명하면서 科擧의 부정행위인 ‘作弊’(작폐·커닝)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科擧는 중국의 唐(당)나라 때부터 시행했던 관리 선발 방식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관리를 선발했는데 漢(한)나라의 경우 ‘選擧’(선거)가 있었다. 選拔薦擧(선발천거)의 약자로 郡守(군수)나 縣令(현령)이 해당 고을의 子弟 중 孝廉(효렴·효성과 청렴성)으로 이름 높은 이를 조정에 薦擧토록 했다.

그런데 選擧에는 문제가 많았다. 孝廉이라는 기준이 워낙 주관적이다 보니 ‘엿장수 맘대로’였다. 지방 豪族(호족)들은 郡守가 새로 부임해오면 일찌감치 뇌물로 매수해버린다. 그리고는 자기 자식을 薦擧토록 하니 관직과 부의 世襲(세습)이 이루어졌다. 科擧는 바로 이 같은 주관성, 폐쇄성을 개선하고 객관성, 개방성을 기하기 위하여 시작됐다. 그러나 그것은 理想(이상)에 불과했다. 엄청난 부정행위에다 수 십 년을 매달리는 판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국력의 浪費(낭비)로 이어졌다. 게다가 그토록 장기간 科擧준비를 하는 것은 극소수의 세도가 子弟들이나 가능했으니 개방성 역시 空念佛(공념불)이 되고 만 셈이다. 梁啓超(량 치 차오·1873-1929)의 ‘科擧亡國論’(과거망국론)이 나온 이유다.

원래 回避는 廻避(회피)라고 썼다. 한자에서 착(착)이나 인(인)은 모두 발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걷는 동작’을 의미한다. 建(세울 건), 延(뻗칠 연), 進(나아갈 진), 退(물러날 퇴), 速(빠를 속), 運(움직일 운) 등.

곧 迂廻(우회)라는 말에서 보듯 廻는 어떤 사물을 곧바로 거치지 않고 빙 둘러서(인) 돌아오는 것(回)을 말한다. 避는 글자 그대로 ‘피한다’는 뜻이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두려워서 아예 맞닥뜨리기(착)를 피하는 것((벽,피))을 말한다. 避亂(피란), 避雷針(피뢰침), 避暑(피서)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廻避(回避)라면 避하기 위해 빙 둘러서 오는 것으로 그 반대가 邂逅(해후) 또는 遭遇(조우)다. 맞닥뜨리는 것이다.

回避는 科擧制度의 부정행위 때문에 나왔다. 감독과 채점 등에서 공정성이 문제가 되자 응시생과 관계되는 사람은 일체 그 직책을 맡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는데 그 법의 이름이 ‘回避’였다. 考査場(고사장)에 아예 얼씬도 못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처럼 좋은 뜻에서 나온 말이 지금은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責任(책임)回避가 그렇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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