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in패션]"맞다, 그때 그 브랜드"

  • 입력 2003년 10월 9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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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써지오 발렌테’

2004년 춘하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선보인 꼼므 데 갸르송의 '프레드 페리/ 꼼므 데 갸르송' 라인. 폴로 티셔츠와 테니스화를 조화시켰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386세대에게 ‘죠다쉬’와 ‘써지오 발렌테’는 잊지 못할 추억의 브랜드다.

당시 국내에 처음 소개된 ‘나이키’ 운동화와 함께 뒷주머니에 말 머리 문양이 수놓인 ‘죠다쉬’ 청바지, 섹시한 스타일의 ‘써지오 발렌테’ 청바지는 멋을 좀 안다하는 젊은이들의 필수품이었다.

해외에서 ‘죠다쉬’나 ‘써지오 발렌테’는 ‘새손(Sasson)’과 더불어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던 ‘디자이너 데님’의 열풍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디자이너 데님’은 바지 뒷부분에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로고를 새겨 넣은 고급 청바지. 하지만 이들은 80년대 들어 미국에서는 ‘패러슈트 팬츠(지퍼가 많이 달린 바지)’에, 국내에서는 ‘스노 진(얼룩덜룩하게 탈색된 청바지)’에 밀려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돌고 도는 유행

전통적인 '아가일 체크' 무늬를 즐겨 쓰는 니트 브랜드 '프링글'의 2004년 춘하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 모습.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났다. 유행은 돌고 돈다. 2000년대부터 다소 낡은 듯 하지만 섹시한 디자인의 ‘빈티지 섹시 데님’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 브랜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재빨리 알아차린 패션업계는 돌아온 브랜드, 즉 ‘레트로 브랜드’의 컴백을 계획했다.

라코스테는 다양한 버전의 테니스 웨어를 선보였다. 2004년 춘하 뉴욕 콜렉션에서.

여기에 가장 먼저 동참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재도약을 준비해 온 ‘써지오 발렌테’.

이 브랜드는 1982년 생산을 중단하고 20년 가까이 잠자고 있었다. 움츠러들었던 ‘죠다쉬’도 다양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소유권과 상표권 문제로 시끄러웠던 ‘새손’은 ‘사순(Sassoon)’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얼마 전 뉴욕에서 큰 파티를 열었다.

데님과 함께 2000년대 대표 트렌드로 꼽히는 스포티브 패션 역시 여러 ‘레트로 브랜드’를 되살리고 있다.

한동안 침체됐던 ‘라코스떼’의 공격적인 확장을 필두로, ‘프레드 페리’, ‘카파’, ‘르 띠그르’ 등이 다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프레드 페리’는 이미 큰 이슈가 되고 있다. 30년대 유명 테니스 선수였던 프레드 페리가 1952년에 처음 선보인 이 브랜드는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모았지만 80년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와의 경쟁에 뒤져 주춤했었다. ‘프레드 페리’의 인기 회복은 일본 브랜드 ‘꼼므 데 갸르숑’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와 함께 기획한 라인인 ‘프레드 페리/꼼므 데 갸르송’을 통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6월 파리에서 열린 2004 봄, 여름 ‘꼼므 데 갸르송’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프레드 페리’의 월계관 로고를 그대로 사용한 테니스 신발과 티셔츠가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축구를 모티브로 한 이탈리아 브랜드 ‘카파’ 역시 최근 국내에 다시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스포티한 아이템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 전략을 구사할 예정.

●역사 속 패션의 환생

40∼60년대에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 인기를 모았던 고급 니트 브랜드 ‘프링글’은 무분별한 확장정책으로 한때 소비자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2000년 홍콩의 ‘팡 브러더스’에 매각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토끼 머리 모양의 로고로 잘 알려진 ‘플레이보이’도 브랜드 이미지 쇄신과 함께 인기를 되찾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응하지 못해 한 순간 주춤했던 이들 브랜드는 ‘오리지널리티’와 역사가 살아있는 브랜드를 그리워하는 이들에 의해 환생하고 있다.

유형의 상품은 물론이고 무형적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브랜드화 되고 있는 현재의 소비자 트렌드를 감안하면 ‘레트로 브랜드’는 분명히 장점을 갖추고 있다. 30, 40대에게는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을, 10, 20대에게는 한 두 번 이름을 들어봤던 친근한 브랜드로 받아들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전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예전 그대로’가 아닌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 되살아나야 한다. 우리 소비자의 패션 입맛은 한층 까다로워졌으므로.

류민화 퍼스트뷰 코리아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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