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절이 시큰시큰” 통풍환자 10명중 3명이 20, 30대

  • 입력 2003년 10월 5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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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진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발목이 접질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서 있기도 힘들고 누워도 다리가 욱신거렸다. 특히 엄지발가락에 잘리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C씨(29·프로그래머)는 이후 한 달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씨는 “이러다 낫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한 고통 때문에 3일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야 했다. X선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의사는 ‘통풍(痛風)’이라고 했다. C씨는 ‘20대인 내가 중년층이나 걸리는 병에 걸리다니…’라고 생각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의사는 “요즘 젊은층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는 병이다”고 말했다. C씨는 일주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재발해 병원을 또 찾아야 했다.》

▽‘젊은 통풍’이 늘고 있다=통풍은 예로부터 ‘풍요의 병’ 또는 ‘임금의 병’이라고 불릴 만큼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주로 걸렸다.

통풍은 단백질의 일종인 ‘퓨린’이 ‘요산(尿酸)’을 만들어내면서 생긴다. 이 요산이 관절에 쌓이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대개는 혈중 요산 농도가 높은 40대 이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혈액 속의 요산치가 1dL당 남자는 7.5mg, 여자는 6.5mg 이상일 때 통풍이 발생하기 쉽다.

최근 20, 30대 젊은 층에서도 급속하게 통풍환자가 늘고 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이 3월 1994∼2000년 372명의 통풍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세 미만의 환자가 52명(14%), 30대가 76명(20.4%)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이상이 30대 이하인 셈이다.

젊은 층에서 통풍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서구식 식생활 때문이다. 여기에 음주와 비만 등도 ‘젊은 통풍’을 유발한다. 이 조사에서도 전체 환자의 61%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아버지가 통풍 환자인 경우 아들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젊은 여성의 경우 살을 빼기 위해 이뇨제를 장기 복용한 경우 요산 수치가 증가해 통풍이 생기기도 한다.

한 의학자는 “미래에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러 요인들로 인해 병이 앞당겨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통풍’이 더 위험하다=통풍은 그 자체보다 고혈압이나 당뇨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젊은층은 대부분 자신의 몸에 대해 과신하기 때문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에 따르면 젊은층은 대부분 C씨처럼 다리가 접질렸거나 일시적인 통증 또는 단순한 관절염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

그러나 특히 20, 30대의 통풍은 40대 이후 통풍보다 위험할 수 있다. 의학자들은 “젊은 층이 통풍에 걸렸는데도 방치할 경우 콩팥기능이 떨어져 급성신부전증으로 발전하거나 요산이 과다하게 쌓여 관절이 파괴돼 영영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통풍 환자의 대부분은 다른 병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앞서 삼성서울병원 조사에서 통풍환자의 합병증은 고혈압(35.2%·153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만성신장기능저하(17.5%·76명), 고지혈증(14%·61명), 허혈성심장질환(12.6%·55명) 순이었다.

▽통풍 치료 어떻게=보통 한밤 또는 새벽에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깬다. 이때부터 24시간 동안이 가장 고통스럽다. 하지만 길어도 10일 이내에 좋아진다. 다시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장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급성 발작이 일어난 경우 50% 정도가 재발작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두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면 이때부터가 문제다. 두 번째 발작이 생긴 경우 대부분은 지속적으로 재발하기 때문이다. 또 요산이 관절과 주변에 결정 형태(통풍결절)로 쌓이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따라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 이외의 부분까지 요산이 쌓이면서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통풍은 사실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평생 갈 수 있다. 통풍에 걸렸을 때는 무엇보다 안정을 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처음 발작 했을 때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콜히친이나 부신피질호르몬제, 또는 항염증제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급성발작이 계속되면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과 함께 요산을 떨어뜨리는 요산배설제 또는 요산생성억제제를 함께 복용해야 한다.

요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해도 1년 동안은 관찰기간을 거쳐야 한다. 요산이 쉽게 쌓이는 체질이라면 평생 요산배설제를 먹어야 할 수도 있다.

(도움말=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차훈석 교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유빈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용범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젓갈류 - 고깃국물 멀리하라▼

통풍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통증에 대해 논하지 말라고 했다. 얼마나 아프면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겠는가.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 학파는 체액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통풍이 생긴다고 믿었다. ‘무시무시한’ 통풍에 걸리면 강제로 설사를 시키고 피를 뽑아냈으며 ‘아마’를 태워 통풍이 일어나는 관절 위의 정맥을 지졌다. 성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 남자들을 거세하기도 했다. 19세기 중반 병의 정체가 어렴풋하게 드러날 때까지 공포는 1800년 이상 계속됐다.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지만 요산치가 높다고 반드시 통풍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요산 수치를 조절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통풍 예방법.

우선 요산을 많이 만들어내는 식품을 피하거나 줄이는 게 좋다. 육류의 간과 콩팥, 생선의 지라 등 내장이나 젓갈류, 굴, 고깃국물 등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들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등 푸른 생선이나 송아지고기도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물을 자주 먹으면 요산 결정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쉽기 때문에 하루에 2L 정도 마시도록 한다. 또 비만은 통풍을 유발하는 큰 원인이므로 평소 체중조절에 신경 쓰도록 한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이뇨제를 먹을 경우 요산치를 올릴 수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33배 정도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남자의 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통풍환자의 10∼20% 정도는 가족력을 보인다는 조사결과도 있으므로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면 특히 주의하도록 한다.

만약 급성발작을 일으켰다면 성관계는 당분간 중단하도록 한다. 몸의 안정을 위해서다. 또 통증 부위에 찜질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냉찜질은 관절 내에 쌓이는 요산치를 증가시키고 반대로 온찜질은 염증을 악화시키기 때문.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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