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잇단 2…2…2…충무로 히트영화 속편제작 붐

  • 입력 2003년 9월 2일 17시 31분


코멘트
《영화가에 속편 바람이 불고 있다. 2년 만에 나온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이 5일 개봉돼 다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내년 5,6월경에도 '달마야 놀자2'를 비롯해 '가문의 영광2','동갑내기 과외하기2'가 잇따라 개봉한다. '실미도'를 연출 중인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 '두사부일체2''친구2'의 제작설도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 왜 속편일까. 영화가의 새 트렌드가 된 속편 붐의 속사정을 살펴본다.》

○ 속편 탄생의 조건

한마디로 영화가 성공하지 않으면 속편도 없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아쉬워서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는 속편은 적어도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영화에서 성인 에로물을 표방한 ‘애마부인’류를 빼면 주류 영화에서 기억할 만한 시리즈는 각각 3편까지 제작된 ‘장군의 아들’과 ‘투캅스’ 정도.

영화평론가 유승찬씨(월간 ‘스크린’ 편집장)는 “시장에서 검증된 상업영화의 속편 제작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국 영화계가 이제는 ‘히트작의 후일담’을 들려줄 만큼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늘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경우 속편은 물론 시리즈 제작이 자연스럽다. 올해만 해도 ‘터미네이터3’, ‘금발이 너무해2’, ‘미녀삼총사2’, ‘패스트&퓨리어스2’ 등이 개봉됐다. 영국이 문화적 자존심으로 자랑해온 ‘007’ 시리즈는 무려 20편까지 나왔다. 코미디와 액션은 물론 저예산의 B급 공포영화, ‘스타워즈’ 등 SF 영화 등 장르도 다양하다.

한국 영화의 속편 제작이 할리우드와 다른 점은 장르가 코미디와 액션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 ‘동갑내기…’를 준비 중인 ‘CJ엔터테인먼트’ 석동준 한국영화팀장은 “공포영화로 3편까지 제작된 ‘여고괴담’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우리 영화계에서 속편이 가능한 장르는 코미디와 액션, 조금 범위를 넓히면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속편의 속셈

간단하다. 전편을 뛰어넘는 관객을 모으기란 쉽지 않지만 대신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30억원 안팎의 순수 제작비가 투입된 ‘조폭 마누라2…’의 경우 개봉에 앞서 TV 판권 판매 등으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회수했다는 후문이다.

속편 제작의 ‘달콤한 유혹’은 제작비 조달과 마케팅에서 상당한 ‘+α’를 지닌다는 점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 속편은 처음 등장하는 다른 작품에 비해 한 발 앞서 출발하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쉬운 경주는 아니다”며 “할리우드 사례에서 살펴보듯 전편의 성공이 안전판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흥행의 ‘보증수표’는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속편 제작이 점쳐지는 흥행 코미디를 연출한 시네마서비스 김상진 한국영화제작본부장은 의외로 속편 붐에 대해 유보적 의견을 보였다.

“‘투캅스3’로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 시리즈를 망가뜨린 게 바로 김상진 아니냐(웃음). 기대치는 높지만 이를 충족시킬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영화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소재 발굴도 활발한 편이어서 차라리 새로운 작품으로 승부하는 게 쉽다.”

○ 속편의 그늘

속편 제작의 대세는 인정하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전찬일씨는 “한국 영화가 비교적 호황이라고 해도 한 해에 개봉되는 작품 수는 60, 70편 정도로 한정돼 있다”면서 “결국 속편 쪽으로 돈이 몰려 자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젊은 감독들은 기회를 잡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캅스1, 2’에 출연한 영화배우 박중훈은 또 다른 측면에서 속편의 어려움을 제기한다.

“배우 입장에서 보면 첫 편에서 내가 가진 것을 전부 뽑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는 정말 어렵다. 당연히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007시리즈’의 ‘20th’는 공짜로 얻은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