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섬망?…사고-수술때 생기는 불안-환각증세

  • 입력 2003년 6월 15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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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모씨(70)는 넓적다리뼈 골절로 정형외과에 입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수술이 끝난 이틀 후부터 김씨가 갑자기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주사 줄을 자꾸 빼려고 하는가 하면 다른 환자를 고향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간병하는 며느리에게 툭하면 화를 내고 종일 중얼거렸다. 김씨의 가족은 “혹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닐까”라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듣기에도 생소한 ‘섬망(섬妄)’이란 병이었다. 치매 증세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1주일간 약물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돼 퇴원할 수 있었다.

섬망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거나 병이 생겼을 때 또는 수술, 입원 등 주변 환경이 급변했을 때 일시적으로 정신적 혼란에 빠지는 현상으로 일종의 정신 장애다. 간혹 알코올이나 약물을 끊었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젊은 사람보다는 노인들 사이에 자주 발견된다. 특히 75세 이상 입원환자의 30% 정도가 이 병에 걸린 것으로 의학자들은 보고 있다.

섬망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불안, 환각, 망상장애 등의 증세는 치매에 걸렸을 때와 비슷해 언뜻 보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섬망은 치매와 달리 급성인 경우가 많다. 급속하게 발병하고 조기 발견하면 1, 2주 이내에 완치가 가능하다.

섬망은 치매와 다르지만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섬망 환자의 25% 정도는 나중에 치매에 걸린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따라서 섬망이 의심되더라도 치매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

노인이 갑자기 입원하거나 수술했을 때, 또는 지병이 악화됐을 때는 반드시 섬망 검사를 받는 게 좋다는 것이 의사들의 조언한다. (도움말=을지대 의대 정신과 주은정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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