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피아노를 이고 다니는 피아니스트' 치머만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41분


코멘트
쇼팽 피아노 음악에 가장 정통하다고 알려진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머만. 섬세한 효과를 위해 ‘자기 악기’ 만을 고집하기로도 유명하다.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쇼팽 피아노 음악에 가장 정통하다고 알려진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머만. 섬세한 효과를 위해 ‘자기 악기’ 만을 고집하기로도 유명하다.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피아노와 함께 여행을.’

현역 피아니스트 중 최고의 쇼팽 해석가로 꼽히는 폴란드의 크리스티안 치머만(47)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6월 4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197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치머만은 이후 ‘노란딱지’로 알려진 도이체 그라모폰(DG)사와 전속계약을 하고 30여장의 음반을 발매해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낯익은 인물. 일본에서는 몇 차례 콘서트를 가졌지만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 음악 팬들은 음반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6월 예정된 홍콩 중국 등에서의 연주회는 사스 때문에 취소했는데 다행히 서울에서만 예정대로 콘서트를 진행한다.》

치머만은 ‘전 세계에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지극히 섬세한 터치(타건·打鍵)가 장기인 탓에 그는 낯선 피아노에 적응을 잘 못한다. 1억5000만원대에 이르는 최고급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도 악기마다 건반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독일로 양분된 스타인웨이사의 피아노 중에서 치머만은 유독 독일 함부르크 본사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만을 세밀히 골라서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저히 악기를 공수하기 힘들 때면 피아노의 건반과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게 하는 장치)부분 만이라도 가져간 뒤 현지 피아노에 조립하기도 한다. 전속 조율사가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특이한 성격 때문에 손해도 봤다. 미국 9·11 테러 직후 그가 아껴온 애기(愛器)가 뉴욕 케네디(JFK)공항에서 최후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항 보안관계자들이 엄청나게 크고 수상쩍은 이 ‘화물’을 폭발물로 오해한 나머지 폭파 처리해버린 것.

다행히도 그는 피아노를 고르는 데 까다로울 뿐 단 하나의 악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일본 스타인웨이사에서 대여받아 올 1월부터 순회연주용으로 쓰고 있는, 예의 함부르크산 스타인웨이를 사용한다. 이 피아노는 ‘치머만의 악기였다’라는 이유로 훗날 일본에서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기로 ‘약속’받은 상태라고.

오늘날에는 다소 기행(奇行)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피아노를 순회연주에 동반한 연주자가 치머만뿐은 아니었다. 50∼70년대 대표적 피아니스트 중 하나였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도 꼭 자신의 피아노로만 연주하겠다고 고집했다.

이번 공연에서 치머만은 브람스 ‘6개의 소품’ 작품 118, 베토벤 소나타 31번, 고국의 거장인 쇼팽의 소나타 3번과 즉흥곡 2번을 연주한다. 치머만은 항상 쇼팽이 ‘프랑스식으로 왜곡돼 왔다’고 주장하며 폴란드의 혼이 깃든 연주를 주장해왔다. 쇼팽 150주기인 1999년에는 아예 쇼팽의 협주곡만을 연주하는 관현악단을 조직해 유럽 순회공연을 여는 한편 이들의 연주를 CD로 발매하기도 했다. 3만∼12만원. 02-541-6234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