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교회' 광염교회 조현삼목사 "사람 키우는 목회"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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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삼 목사는 그 흔한 차 한대 없이 발로 뛰는 생활을 한다. 남을 도와주는 재미에 빠지면 스스로는 더욱 절약하게 된다고 한다. -박영대기자
조현삼 목사는 그 흔한 차 한대 없이 발로 뛰는 생활을 한다. 남을 도와주는 재미에 빠지면 스스로는 더욱 절약하게 된다고 한다. -박영대기자
서울의 맨 북쪽, 수락산 자락에 있는 광염교회는 감자탕교회로 불린다. 건물 위에 있는 교회 간판이 감자탕 간판에 눌려 잘 보이지 않기 때문. 교인 1000여명에 가까운 이 교회는 여전히 셋방살이를 자청하고 있다. 교인이 300∼400명만 돼도 건물부터 짓고 보는 교회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교회의 조현삼(趙顯三·45) 목사가 변화의 주인공이다.

▽칭찬과 격려=‘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는 멘트가 보통 교인들끼리의 인사말이다. 여기에 닭살 돋을 만한 말도 수시로 오고간다. 악수가 아니라 포옹이 기본이다. 최근 한 교인이 집필한 ‘감자탕교회 이야기’(김영사)라는 책에도 온통 칭찬 일색이다.

“우리 교회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버’한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칭찬과 격려는 사람을 담금질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조 목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잠언의 한 구절을 보여준다. ‘도가니로 은을, 풀무로 금을, 칭찬으로 사람을.’

칭찬이 사람의 불순물을 없애주고, 순금 같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경쟁은 마약입니다.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계속 경쟁이라는 주사를 맞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함몰하게 됩니다. 하지만 칭찬은 하면 할수록 솟아나는 샘물 같은 것입니다.”

▽건물보다 사람=광염교회는 상가 건물 3층과 5층 그리고 그 옆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3층 예배당에 수용할 수 있는 사람수가 어깨를 최대한 밀착시켜도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천장도 낮아 키가 큰 목사가 축도를 하려고 손을 들면 거짓말 안 보태고 손이 천장에 닿을 정도다.

“우리가 예배당을 짓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배당을 짓는 것을 우선해서는 안됩니다. 건물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기 때문이죠. 저는 ‘사람과 콩나물은 밑 빠진 독에서 키운다’고 말합니다. 인재 양성은 처음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헛돈 쓰는 것 같지만 나중엔 큰 결과를 얻어낼 수 있죠.”

하지만 교인이 더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만간 아마 이런 공고가 나갈지 모릅니다. ‘교회 사정상 더 이상 교인 등록을 받지 않을 예정이니 인근 교회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어디나 다 하나님의 교회니까요.”

▽교회에 돈을 쌓지 않는다=광염교회는 돈을 펑펑 쓰는 교회다. 지난주 헌금이 3700만원. 이중 100만원만 남기고 모두 써버렸다. ‘100만원’ 원칙은 초기부터 이어온 원칙.

주는 사람이 보람 있고, 받는 사람이 필요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실 곳 등 3가지 원칙에 맞으면 무조건 돈을 지출한다. 연간 나가는 장학금만 5000만원이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랑의 집’이 벌써 6호째 문을 열었다. 최근 생긴 사랑의 집 6호는 부모가 부도를 내면서 갈 곳이 없어진 여대생 자매 2명 등 다섯 명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돈을 많이 쓰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헌금을 걷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은 십일조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 물론 사용명세는 매주 인터넷을 통해 100% 공개된다. 조 목사의 사례비 명세서를 살짝 들여다봤다. 95만원 사례비, 15만원 목회활동비가 전부다. “사택 지원, 자녀 셋의 학자금 등을 보조받으니까 월평균 200여만원 정도 될 거예요. 사는데는 아무 지장 없지요.” 물론 전용 승용차는 없다.

▽봉사활동은 기본=광염교회가 주축이 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후 재난이 일어난 장소면 어디든 달려간다. 대구지하철화재 사고에서도 천막을 치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고 김해 강릉 수해 등 수많은 수해지역을 누볐다.

설날 ‘사랑의 과일 나누기’는 장관이라고 한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기부하는 과일상자들이 연말이면 1000상자 가까이 교회 앞에 쌓인다.

“담임목사가 된 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제 사랑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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