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리학자 기대승 묘 도굴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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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때 성리학자였던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1527∼1572) 선생의 묘소가 도굴범에게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9일 오전 11시경 광주 광산구 광산동 기대승 선생의 묘 왼쪽 뒷부분이 훼손된 것을 문중회장인 기모씨(58)가 발견하고 신고해 수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기씨는 경찰에서 “성묘를 갔다가 묘소 왼쪽 뒷부분 가운데 지름 1m 정도의 잔디가 10㎝ 이상 내려앉은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묘지의 뒤쪽이 잘라낸 듯이 훼손된 데다 도굴 후 원래대로 복구해 놓은 점 등으로 미뤄 전문 도굴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번 도굴이 지난해 11월 초 기대승 선생 묘 인근의 월봉서원(지방기념물 제9호) 서재에 보관 중이던 고문집 등 20여점을 훔친 범인들과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 중기 때는 부장(副葬) 풍습이 거의 없었고 기대승 선생이 청빈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묘에 부장품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곧 문중 관계자들과 함께 분묘를 파 훼손 상태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대승 선생은 조선 명종 때인 1559년부터 성리학자 이황(李滉) 선생과 8년간 서한을 주고받으면서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해 논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며 이 논쟁은 조선 유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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