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여행]광저우는 쇼핑중

  • 입력 2003년 1월 23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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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해외 명품 및 자국 브랜드 매장과 대형 쇼핑몰이 몰려있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베이징로가 주말을 맞아 쏟아져 나온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광저우=김현진기자
18일 오후 해외 명품 및 자국 브랜드 매장과 대형 쇼핑몰이 몰려있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베이징로가 주말을 맞아 쏟아져 나온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광저우=김현진기자
홍콩 주룽(九龍)지구 헝홈역에서 고속 열차로 1시간 50분. 바나나 나무가 심어진 이국적인 논두렁 밭두렁과 온통 회색을 띤 공업지구가 차창 밖으로 두 세 번씩 교차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중국 광저우(廣州) 동부역에 도착했다. 광저우는 1980년대 초 개방된 선전(深(수,천))의 성공사례를 모델로 1990년대 부터 개방과 동시에 광둥(廣東)성 내 제 2의 상업도시로 육성되고 있는 도시다. 18일 광저우 시민들이 최고로 꼽는 주요 쇼핑 중심지를 찾았다.

● 쇼핑 센터

같이 쇼핑을 하다 보면 금세 친구가 된다는 뜻일까. 5층짜리 국영 백화점 ‘프랜드십 스토어(廣州友誼商店)’는 1959년 설립된 광저우 내 최고급 쇼핑 센터다. 프랜드십 스토어의 통만홍 업무부장은 “샤넬 시세이도 클라란스 버버리 제냐 카르티에 등 해외 유명 패션,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어 고소득층 고객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음력설을 앞두고 ‘財神到(돈의 신이 도착했다)’ 등의 덕담성 글귀가 새겨진 빨간색 간판이 넘쳐난다는 점과 쇼핑객들의 옷차림이 약간 촌스럽다는 점만 빼고는 디스플레이나 인테리어는 구미 선진국들의 대형 백화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와코루’ ‘트라이엄프’ 등 고가의 수입 란제리 코너에는 중국인들이 설날에 주고받는다는 빨간색 속옷들이 적나라하게 전시돼 명절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중국 광저우 내 최고급 백화점 ‘프랜드십 스토어’의 한 수입 란제리 매장. 매장 전체가 설 선물용 빨간색 속옷으로 가득차 있다.홍콩=김현진기자

이곳에 입점한 ‘막스&코’의 코트는 세일가 4000위안(약 60만원)으로 광저우시의 일반적인 노동자 임금(1000∼1500위안)은 물론이고 ‘고소득 종사자’로 분류되는 톈허(天河)구의 외국계 기업 직원들 임금(4000∼6000위안)에 비추어봐도 결코 싼 것이 아니었지만 가격을 묻는 쇼핑객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디자인이 다소 뒤떨어졌지만 옷감 바느질 등의 질이 좋은 ‘끄띠주’ ‘짱쯔니’ 등 자국 여성복 브랜드 매장도 30, 40대 여성들로 붐볐다.

이곳에서는 공공연히 “명품 쇼핑객 절반이 북방에서 온 ‘둘째 부인들’”이라고들 한다. 대륙을 누비는 광저우 사업가들이 얼굴이 둥글넓적하고 피부색이 어두운 광저우 여인들보다는 피부가 희고 늘씬한 북방계형 미인들이 많은 저장(浙江)성 등지에서 ‘여자친구’를 몰래 데려와 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다 일반적인 백화점으로 중국 및 홍콩의 대중적인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는 저스코 백화점과 차이나프라자 지하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보세옷’ 가게들이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는 20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트렌디한 디자인의 청바지 재킷 블라우스 등을 판매한다.

● 스트리트 패션

1998년 본격적으로 개발된 베이징로(路) 워킹 스트리트는 광저우의 명동 격이다. 각종 패션 매장이며 서점, 길거리 간식 코너 등이 줄지어선 이 곳에는 주말을 맞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쇼핑객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지난해 7월 지하철 공사 중 당, 한, 송, 명, 청나라 등 2000년 동안 시대별로 차곡차곡 쌓여온 11겹의 고대 길이 발견되면서 관광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곳에 있는 3층짜리 지오다노 매장은 중국에 진출한 지오다노의 540여개 체인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나 홍콩에 비해 패션 감각은 훨씬 떨어지지만 인조 스웨이드 소재 스커트와 부츠 등으로 멋을 낸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베이징로에서는 눈에 많이 뜨인다. 하지만 화장한 여성은 상점 직원 외에는 보기 힘든 편. 한국계 무역회사에 다니는 왕신민씨(32)는 “색조 화장을 하는 여성은 10%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멋을 부린 10대 남학생들은 헐렁한 힙합 바지에 티셔츠, 모자를 눌러 써 ‘H.O.T’의 데뷔 초기 모습을 보는 듯했다.

광저우=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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