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겨울방학 방에 콕… 살~살~살 찌운다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20분


온 세계가 어린이들의 비만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어린이들의 살이 쑥쑥 붙기 쉬운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의학자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운동은 적게 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비만 유발 생활방식’에 젖어 있다고 우려한다. 겨울방학 때 날씨가 춥다고 방에만 콕 틀어 박혀 있으면 특히 비만 유발 생활방식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부모가 조금만 방심해도 멀쩡한 아이가 비만아가 된다. 비만 유발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면 설령 겨울방학에 살이 붙지 않더라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나중에 이를 떨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비만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겨울에는 기초 대사량이 늘기 때문에 조금만 운동해도 살을 빼는 효과는 더 크다.

▽어린이 비만은 왜 해로운가〓의학자들은 7∼15세의 비만이 어른의 비만보다 살을 빼기가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어른은 살이 찔 때 지방세포가 커지기만 하지만 어린이는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면서 커지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며 일단 살을 빼도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어린이 비만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

국내 각종 조사에서 어린이의 20∼35%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이 과다하게 많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적어지는 ‘지질 대사이상’, 30%는 간에 중성지방이 과다하게 끼는 지방간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비만은 심지어 동맥경화증도 일으킨다. 비만 어린이가 성장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호르몬 분비 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샘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비만이 되면 키가 잘 자라지 않으며 주위의 놀림 탓에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남자 아이는 성기가 잘 자라지도 않는다. 여자 아이는 생리 불순이 생기며 나중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만을 이기려면〓어린이 비만은 유전적 요인이 크므로 부모가 비만이면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어린이 비만 교정은 성인의 비만 치료와는 달리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식사 양을 줄이면 성장 장애, 뇌발달 장애가 생기므로 기존 식사 때보다 열량을 20∼30% 줄이면서 탄수화물과 지방을 덜 먹는 대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패스트푸드는 절대 피하고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면 30분간 땀흘리며 운동해야 몸무게가 현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일러준다. 식이섬유가 듬뿍 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배변이 잘 돼 살 빼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 땐 천천히 씹도록 한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게 하며 식사 전에 물이나 국물을 먹도록 권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습관을 바꾸면 교정 효과가 커진다.

엄마가 요리할 땐 버터 대신 다이어트용 마가린, 쇼트닝 대신 식물기름을 쓴다. 외식보다는 가급적 집에서 음식을 먹도록 한다.

특히 부모는 식탁에서 ‘그릇을 비워야 한다’ ‘반찬을 남기면 안 된다’는 말 대신 아이에게 배가 부를 성 싶으면 숟가락을 놓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 때에도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좋다.

그래도 비만이 해결되지 않으면 병원의 ‘어린이 비만 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 정신치료 등 다양한 치료로 문제를 해결한다. 보건소 시민단체 등의 비만 캠프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요법〓아이들에게 특정한 운동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재미있게 여기는 운동을 시킨다. 운동을 잘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고 사회체육센터나 스포츠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운동교실에 등록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노는 것만 해도 비만을 어느 정도 예방하거나 살을 뺄 수 있으므로 겨울이라고 실내에서 컴퓨터나 TV 앞에 매달려 있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밖으로 내보낸다.

가족이 함께 운동하면 아이들이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데 효과가 크다.

운동할 때는 처음 15분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연소되고 다음부터 지방이 연소되기 때문에 일단 운동할 때에는 15분 이상 하도록 권한다.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넓은 곳에서 노는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해 무리하게 운동하다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과도하게 운동해서 피로해지면 집중력이 떨어져 다치기 쉬운 것.

가족이 함께 운동하면서 40∼50분간 운동하고 운동 전후에는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 스스로 운동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성인형 당뇨병' 어린이 유행병처럼 크게 늘어

어린이 비만은 어린이 당뇨병과 직결돼 있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 스토리를 통해 “아시아에서 서구식 식생활이 확산되면서 당뇨병 환자가 유행병처럼 늘어나고 있으며 상당수가 어린이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금까지는 성인은 ‘2형 당뇨병’, 어린이는 ‘1형 당뇨병’에 주로 걸린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아시아의 어린이에게서 2형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1형은 이자(췌장)에 있는 인슐린 분비 세포가 손상돼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2형은 인슐린이 만들어지기는 하나 부실한 ‘제품’이 쏟아져 나와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애초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도 국내에서 2형 당뇨병에 걸리는 어린이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1형 당뇨병의 경우 대한소아과학회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15세 미만인 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평균 1.36명으로 94년에 비해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1형은 5∼7세나 10∼14세에 주로 발병하며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복통 구토 등의 증세가 생긴다.

25%는 첫 발병 때 케톤산혈증이라는 급성 합병증이 생겨 응급실을 찾는다. 케톤산은 환자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못해 지방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산(酸). 혈액 속에서 이 물질이 증가하면 몸이 산성으로 변해 환자의 입에서 아세톤 냄세가 나며 환자는 두통이 생기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며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2형은 목이 쉬 마르고 물을 많이 마시고 식사량이 늘며 소변을 자주 보는 전형적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피로 외에 특별한 증세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이는 신체가 계속 성장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1, 2형 모두 치료법이 어른과는 다르다.

엄격한 식사요법을 할 경우 성장 부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신 인슐린 용량을 바꾸거나 운동을 많이 하는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아이의 정서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상담 결과 불치의 당뇨병을 갖고 평생 약을 먹으면서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감이나 각종 합병증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지적한다.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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