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뮤페라’ 라보엠…시대만 현대, 푸치니 오페라 그대로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07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된 바즈 루어먼 감독의 뮤지컬 ’라보엠’에서 로돌포 역의 데이비드 밀러와 미미 역의 에카테리나 솔로비에바가 열연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된 바즈 루어먼 감독의 뮤지컬 ’라보엠’에서 로돌포 역의 데이비드 밀러와 미미 역의 에카테리나 솔로비에바가 열연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데뷔 '라보엠' 오프닝 공연 스케치▼

8일 오후 6시(미국 동부 시간), 뉴욕 맨해튼 53번가에 위치한

‘브로드웨이 시어터’.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 사이공’이 초연을 비롯해 최근까지 공연이 이어졌던 브로드웨이의 간판 극장이다.

붉은색 필기체로 ‘La Boheme(라보엠)’이라고 쓰인 대형 간판 아래로 10여m에 걸쳐 레드 카펫이 깔렸다. ‘라보엠’ 오프닝 공연에 참석하려는 관객들은 입장을 하기 위해 공연 시작 한시간 전부터 레드 카펫 위에 길게 서 있었다.

‘라보엠’은 니콜 키드먼이 주연했던 뮤지컬 영화 ‘물랭루주’의 바즈 루어먼 감독이 만든 첫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보엠’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시대배경만 현대…푸치니 오페라 내용-음악 그대로▼

바즈 루어만 감독(앞줄 오른쪽)과 부인이자 무대 디자이너 캐서린 마틴(앞줄 가운데) 등이 ‘라보엠’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의 갈채를 받으며 커튼 콜을 하고 있다.AP연합

‘라보엠’은 한국의 영화 및 공연 투자·제작사인 코리아 픽처스와 설도윤씨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공동 투자자(사)로 참여한 작품이다.

극장에서 나눠준 라보엠 팸플릿에는 8명(개)의 투자자(사) 중 6번째에 ‘코리아 픽처스/도윤 설(설도윤)’이라고 이름이 적혀있었다. 모두 800만달러에 이르는 ‘라보엠’의 사전 제작비 중 코리아픽처스는 설씨를 통해 140만 달러를 투자했다. 코리아픽처스는 9% 남짓의 흥행 지분과 유럽 등 해외 공연 판권도 갖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감독의 뮤지컬 작품이어서 그런지 이날 오프닝 공연에는 할리우드 톱 스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것을 비롯해 카메론 디아즈, 휴 그랜트, 샌드라 블록이 관람했다.

‘라보엠’은 프랑스 파리의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이웃집에 사는 아름다운 연인 미미의 사랑을 그린 작품. 루어먼 감독은 원작인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내용과 음악을 그대로 따와 뮤지컬보다 오페라의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차이점이라면 183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와 달리 1950년을 무대로 했고 배우들이 마이크를 사용한다는 것. 배우들은 모두 성악 전공자로 노래 가사도 이탈리아어로 부르고 영어는 자막 처리됐다. 음악이나 대사의 내용에 따라 자막의 글씨체나 글자 크기를 달리한 점도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부분. 투덜대며 욕을 하는 대사는 ‘&*@#$’로 자막에 표시하거나 소리치는 장면에서 대사에 나오는 ‘Do’라는 단어를 두 배 이상 큰 대문자로 ‘DOOOOOO’로 표기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라보엠’에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독특한 무대다. 50년대 공연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루어먼 감독은 회전 무대 대신 스태프들이 손으로 세트를 움직이는 수동 무대를 고집했다. 또 암전상태에서 세트를 전환하는 대신 1950년대 공연장처럼 관객들이 배우의 분장 모습이나 무대에서 목소리를 가다듬는 연습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연출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검은색과 흰색, 회색을 주된 색조로 삼고 부분적으로 컬러의 네온사인을 넣은 아름다운 무대를 보고 관객석에서는 “장관(Spectacular)”이라는 감탄이 터져나왔다. 무대 디자인은 루어만 감독의 아내인 캐서린 마틴이 맡았다.

‘라보엠’은 영화 ‘물랭루주’와 흡사하다. 특히 1막 마지막 남녀 주인공인 미미와 로돌포가 붉은 색으로 ‘L’amour(사랑)’이라는 네온 사인이 빛나는 지붕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영화 ‘물랭루주’에도 그대로 나오는 장면.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이자 미미가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닦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브라보’라는 환성이 터져나왔으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뉴욕〓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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