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 교수의 웃음의 인생학]웃음 베풀면 禍가 멀어진다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13분


‘화낸다’고 하는 그 화는 다름 아닌 화증(火症)의 화다.

한국인들만큼 가슴이 타고 애가 타고 속이 끓는 인종은 드물 것이다. 그러기에 한국인으로서는 이생이 곧 불씨다. 언제 어디서 우리들 마음에다 불똥을 안길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게 사람 사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국인은 누구나 불씨가 마구 깔린 불 밭에서 사는 ‘화전민’이다. 요즘도 이건 마찬가지다.

‘홧김에 서방질한다.’

절묘한 속담이다. 옛날 한국 여성으로서 서방질은 언감생심,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절대로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는 ‘막 가는 일’이다. 그건 단말마(斷末魔)의 최후의 발악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화내기는 발악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곧잘 화내는 사람은 이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특히 손아랫사람에게 상습적으로 화내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서 화는 재화(災禍)의 화(禍)와 통한다. 화를 내면 상대방에게보다는 화내는 당사자에게 화(禍)가 더 크게 돌아온다. 화의 불기운은 화내는 사람을 먼저 태우기 때문이다. 화내기가 버릇이 된 사람에게 특히 그렇다.

그래서 얘긴데 옛날에 어느 재상에게 하인이 물었다.

“어르신께선 화가 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화라? 글쎄, 내가 화가 나면 어떻게 하더라? 그래 맞아! 내가 화나면 뒷짐지고 하늘 쳐다볼걸. 그리곤 서성이던가?” 이렇게 능청을 떠는 재상에게 하인이 구시렁댔다.

“한데 단 한번도 그렇게 하시는 것을 뵌 적이 없는데요?”

“그야 그럴 테지. 온 세상에서 나를 감히 화내게 할 게 있어야 말이지.”

이 이야기는 듣는 대로 마음이 환해지고 푸근해진다. 입가에 엷은 웃음이 잔잔히 번지는 걸 느낄 것이다. 공자가 웃었다는 ‘완이이소’(莞爾而笑)의 미소란 이런 것이다. 이 경우 ‘완’은 관(寬)에 통한다고 풀이되어 있다.

관대한 사람이 베푸는 웃음은 남들을 또한 관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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