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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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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규 예술의전당 사장은 최근 “예술의전당 주차장 뒤편 우면산 자락에 1500석 900평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내년 6월 착공, 2004년 개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새 극장은 바깥에 출입구만 보이고 대부분의 시설이 산속 지하에 들어서는 ‘동굴극장’ 형태로, 총 300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동굴 뮤지컬극장 건립 예정부지는 예술의전당 설계당시 야외극장으로 예정된 곳. 그러나 서초구청측이 ‘녹지훼손’의 이유를 들어 허가를 내주지 않았으며,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이곳에 신축될 계획이었으나 이 시설 역시 녹지훼손 문제와 결부돼 당초 계획보다 서쪽으로 떨어진 현재의 장소에 들어섰다.
김사장은 이와관련, “건립에 필요한 외부 절차는 서초구청의 허가 뿐이며, 구청과는 계속 관계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요비용은 이미 자체예산으로 확보돼 있다. 지하에 건물이 들어서고 공사 뒤 재조경을 하므로, 녹지 훼손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초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예술의전당 측에서 구두로 계획을 전달했을 뿐, 문서상으로 아무런 협의가 없었고 구청 측에서 검토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 속에 건물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일단 부지를 파헤친 뒤 공사를 하므로 녹지훼손 문제도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녹지관리를 담당하는 서초구청 녹지관리팀 관계자는 “계획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의 다른 관계자는 “우면산터널 개통을 앞두고 상습적인 교통정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극장시설마저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술의전당을 감독하는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도 아연하다는 반응. 예술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구청과 협의하면 된다는 말은 납득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에서 사업계획을 승인해야 하며, 예술의전당 이사회에서도 안건이 통과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아무런 보고나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의 한 이사는 “이사회에서도 이 안건과 관련된 일체의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음악계 원로는 “문화부 차관 출신인 김사장이 관련기관과 협의없이 여론몰이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곤란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