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루게릭병 앓는 농구코치 박승일씨 투병 글 큰 반향

  • 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45분


최고의 농구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초보 지도자.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느닷없이 불치병 선고를 받은 30대 농구 코치.

전 프로농구 모비스 코치 박승일씨(31·사진)는 오늘도 좌절이란 단어를 자신의 머리에서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대신 그는 자신과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병과 맞서 치료법을 찾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원인도 모르는 병과 싸우고 있어요. 얼마 전 에이즈 백신 개발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병에도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꼭 믿고 있습니다.” 박씨가 최근 한국농구연맹(KBL)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세상의 무관심 속에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루 게릭병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이 글을 올리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씨는 자신의 글에 대한 관심이 뜨겁자 게시판을 통해 “불치병으로 낙인찍힌 에이즈도 치료약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 병도 사람들의 관심이 더한다면 환자들이 희망이란 단어를 붙들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세상의 관심을 호소했다.

2m의 거구인 박씨는 대전고-연세대를 거쳐 기아농구단에 입단해 활약하다 지도자의 꿈을 안고 99년 미국 브리검영 대학으로 농구 유학을 떠난, 당시만 해도 촉망받던 ‘차세대 농구 지도자’. 유학생활 2년4개월 만인 올 4월 모비스 구단으로부터 코치 제의를 받아 귀국한 그는 건강진단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은 것.

1930년대 미국 프로야구 스타 루 게릭(Lou Gehrig)의 사망 이후 그의 이름을 딴 이 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대뇌와 척수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대부분 5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국내에도 현재 15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원인은 물론 치료법이 밝혀진 게 없다. 박씨가 ‘루 게릭병 전도사’를 자처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 박씨는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루 게릭병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농구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기금을 적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대학동기인 문경은(SK빅스) 김재훈(LG)을 포함해 김훈(SBS) 우지원 정인교(모비스) 등이 나서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아직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박씨는 “희귀병인 데다 엄청난 치료비용 때문에 어려움이 크지만 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꼭 찾고야 말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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