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서울 시니어스타워’ 살아보니 ˝호텔급 안식처˝

  • 입력 2002년 7월 24일 17시 25분


실버타운 ‘서울 시니어스 타워’에 4년째 살고 있는 박광규 김령애씨 부부가 2층에 마련된 서예실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실버타운 ‘서울 시니어스 타워’에 4년째 살고 있는 박광규 김령애씨 부부가 2층에 마련된 서예실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실버 세대를 위한 호텔식 아파트. 식사 청소 세탁 등 ‘살림’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고급스러운 로비 회의실 수영장 헬스장 등도 갖춰졌다. 특급 호텔과 다를 바가 없다.

방 거실 부엌 화장실 테라스 등이 고루 배치된 ‘집’이다. 도심의 여느 20,30평형대 아파트와 마찬가지다.

단전호흡 서예 영화 음악 에어로빅 여행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종합병원인 ‘송도병원’과 연계돼 있고 1년에 2회 무료로 종합검진을 받는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방과 화장실마다 비상벨과 노인용 손잡이가 있다. 단순히 호텔과 아파트를 합친 것보다 나은 점이다.

4년째 ‘서울 시니어스 타워’(중구 신당동)에 살고 있는 부부 박광규(65) 김령애씨(63)의 일과는 5시50분에 시작한다. 이곳에서 운행하는 버스로 국립극장까지 간 후 매일 6.5㎞를 걷는다. 시니어스 타워로 이사오기 전에도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지금은 훨씬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1주일에 2번씩 강사에게 단전호흡을 배우고 지하 헬스장과 수영장도 때때로 이용한다. 음악감상실에서는 요일별로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시간대가 맞으면 매주 상영해주는 영화도 즐긴다.

다른 입주자들과 함께 서예를 배우거나 도서실에서 책과 신문을 읽기도 한다. 입주자는 대부분 교수 기업임원 등 전문직 출신이다.

방에도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있지만 부부 중 한 사람이 쓰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2층에 마련된 공동 컴퓨터로 군대간 아들이나 10년만에 독일 유학을 마치고 갓 돌아온 딸에게 e메일을 보낸다. 부부가 나란히 탁구나 당구를 치기도 한다.

입주 이후 ‘살림’에서 해방된 김씨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목욕시켜주기 등 구청에서 하는 자원봉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7년전 박씨는 신문에서 시니어스 타워 설명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보고 설명회를 찾았다. 노후 대책은 자녀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또 심한 질병에 걸려 간병하는 배우자와 가족이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리면서, 상시적인 건강관리 서비스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50대의 젊은 나이에 실버타운에 들어가자고 하니까 ‘요양소’를 연상했던 부인 김씨는 반대를 했었다. 현재는 “고급 주거지”라며 지인(知人)들에게 실버타운의 장점을 설명하기 바쁘다.

부부 모두 건강해 질병을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역시 가장 든든한 점은 시니어스 타워의 모(母)기업인 송도병원이 바로 붙어 있다는 것.

14층 높이 건물에 144가구가 입주해 있는 신당동 시니어스 타워는 현재 입주 대기자가 80여명이나 된다. 보증금 방식으로 돼있어 1억4000만∼2억7000만원선의 보증금을 내면 거주 연수에 따라 일부가 감가상각되고 나머지를 나중에 되찾게 된다. 보증금과 별도로 서비스 비용을 생활비로 내야 한다. 02-2232-1401

올해 말 서울 강서구, 내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2개의 시니어스 타워가 더 선보일 예정. 신당동과 달리 분양 방식으로, 아파트처럼 1가구 2주택 적용을 받으며 분양 받은 후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을 수도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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