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간문화재 선정 투명해야

  • 입력 2002년 7월 19일 18시 50분


중요무형문화재 기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가는 작업이 이처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은 지난달 지정예고한 중요무형문화재 97호 도살풀이춤의 기예능보유자 심사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보유자로 지정예고된 2명의 춤사위가 도살풀이춤과는 거리가 있으며 자신보다 수상경력에서도 뒤진다는 탈락후보의 이의제기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심사과정에서 실기심사 순위가 뒤바뀌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시점에서 심사과정에 부정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모든 것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심사과정이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문화재행정은 또 한번 흠집을 남겼다.

전통문화의 특정분야에서 기예능보유자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이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일단 정년이 없다. 매월 90만원의 전승지원금을 지급하고 의료보험혜택도 준다. 내년 2월부터는 학사학위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되는 순간부터 여러 특권과 이권을 지닌 ‘문화권력자’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는 점이다. 작품이나 공연의 금전적 가치가 몇 배까지 뛰어오르는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정과정에서부터 심사위원과 후보 간에 금품이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심사위원이 구속된 경우까지 있었다. 심사위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봐주는 ‘연줄심사’도 많았다.

이번 심사과정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람은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불신투성이인 문화재행정을 대폭 수술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화재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조상들이 남긴 문화재가 부끄러운 후손들 때문에 손상되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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