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伊테너 리치트라,파바로티 대신 토스카 출연 호평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22분


‘역사는 밤에 이루어졌다.’

영화 같은 스타 탄생 스토리가 11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졌다. 주인공은 33세의 스위스 출신 이탈리아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 그는 전날 밤 밀라노에서 콩코드기를 타고 급거 뉴욕으로 날아왔다. 자기보다 나이가 두 배 많은 세계 톱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독감으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출연을 취소했기 때문.

리치트라가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과 함께한 리허설 시간은 주요 아리아를 맞춰보기도 바쁜 30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반시간의 리허설을 끝내자 그는 얼굴 가득했던 긴장감을 벗어버릴 수 있었다.

‘거인’ 파바로티의 등장을 학수고대하며 최고 1875달러(약 250만원)를 지불한 팬들은 입이 부어 있었지만, 그가 1막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를 ‘바로 너!(sei tu!)’라는 강렬한 포르티시모로 마치자 장내는 순간 우레와 같은 팬들의 환호로 가득찼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그가 ‘강건하고 충실한 음색과 탄탄한 표현력을 선보여 극장을 경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고 묘사했다. 막이 내린 뒤 출연진이 차례로 객석에 인사하는 시간, 리치트라가 막 뒤에서 뛰어나오자 관객들은 5분 동안 열광적인 갈채를 보냈다. 리치트라는 손수건으로 계속 눈물을 닦아냈고, 그 모습에 객석은 더욱 열광했다.

대타 출연을 통한 스타 등극이 오페라 무대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1951년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의 대타로 라 스칼라 ‘아이다’ 공연에 데뷔한 마리아 칼라스가 좋은 예. 이후 1950년대와 60년대 내내 칼라스는 테발디와 겨루면서 훨씬 많은 팬을 끌어모은 소프라노계 스타가 됐다.

새 스타인 리치트라에 대해 미국 일부 언론은 그가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이미 1999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가면 무도회’의 리카르도 역으로 출연, 유럽에는 이미 알려진 인물. 이번 메트로폴리탄에서 상대역을 맡은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와 호흡을 맞춰 소니사에서 ‘토스카’ 전곡 음반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리치트라의 이번 대성공은 석양녘의 테너 파바로티와 바통을 주고받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토스카’ 출연은 오페라 전막무대로는 파바로티의 마지막 공연이 될 것으로 예고된 바 있다. 파바로티로서는 아름답게 팬들과 헤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 뉴욕 포스트는 ‘뚱보가 노래를 안하겠단다(Fat man won’t sing)’라는 제목의 기사로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파바로티는 팬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가수가 독감 같은 일까지 예상하고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파바로티가 스리테너 콘서트와 자선콘서트를 포함한 모든 무대에서 은퇴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파바로티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가 “곧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며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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