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단어]매와 비둘기

  • 입력 2002년 4월 25일 15시 15분


동물행동학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개체를 ‘매파’, 유순한 성향의 개체를 ‘비둘기파’라고 부른다. 매파나 비둘기파만 있으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각 개체들이 얻는 이익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어느 서식지에 비둘기처럼 순한 놈들만 모여산다 치자. 이 동네에서는 매처럼 사납게 굴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해서 사나운 놈들이 차츰 늘게 되고 몇 세대 지나지 않아 그 서식지의 개체는 모두 매파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또 문제가 생긴다. 매파들끼리 죽기 살기로 싸우기 때문에 성한 놈이 없게 된다. 이때는 비둘기파 전략을 택하는 개체가 극한 싸움을 피해가며 오히려 이득을 본다. 결론적으로 매파와 비둘기파가 적정 비율로 섞여 있어야 이론적으로는 안정된 사회가 된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흥미진진하다.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우파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좌파인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3위로 처져 30여년간 이어져온 프랑스 대선의 좌우파 결선 구도가 깨졌다.

매파들의 치명적인 약점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것이다. 이득은 엉뚱한 제3자에게 돌아간다. 5월5일 결선 투표에서는 우파의 시라크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리라는 전망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이득을 보는 모양이다.

(도움말: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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