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특례생들 졸업후 더 대접…외국어-국제감각 '취업프리미엄'

  • 입력 2002년 2월 28일 14시 22분


특례 입학생들이 돋보이는 계절은 졸업이 임박한 취업시즌이다.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은 전반적으로 일반전형 학생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요즘 기업들이 채용의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외국어 실력과 외국 생활경험을 갖추고 있어 선호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취업하는 직장은 대개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 직장으로 꼽히는 외국계 기업들. 일부 기업들은 아예 ‘특례출신’으로 지정해 대학 측에 신입사원 추천을 의뢰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특례입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여전히 특례생의 학업 성취도는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양대의 2002년 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표1). 특례생들의 학점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지기는 하지만 4개 학년 내내 일반전형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배영찬 입학관리 실장은 “의대에서는 특례생이 계속해서 유급하거나 졸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2002학년 입시에서는 아예 뽑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특례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연세대 법학과 박길준 교수는 “시험 문제를 내면 한자를 몰라 토를 달아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례생들이 어학실력을 발휘하는 외국어문학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서강대 강재효 입학관리처장은 “특례생들의 전체 평균은 일반 학생들보다 낮지만 불문과, 독문과, 중문과로 구성된 ‘국제문화계Ⅱ’는 특례생들의 성적이 일반학생에 비해 월등히 높다(표2)”고 밝혔다.

연세대 입학관리처 오주영씨도 “특례생들은 외무고시에 합격하거나 졸업 후 외국계 기업,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등 학교를 빛낼 수 있는 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졸업 후 잠재력이 더 큰 동문집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다국적 기업이나 무역 회사의 입사 담당자들은 채용 1순위로 특례생을 지목한다. 교포와 달리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도 익숙하고 언어뿐만 아니라 매너를 비롯해 국제적 의사소통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거주한 성장 배경은 일종의 잠재력으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표1 :한양대 특례입학생 학업성취도▼

 특례생
(남)
특례생
(여)
일반학생
(남)
일반학생
(여)
1학년0.871.502.713.18
2학년1.652.562.613.29
3학년1.972.813.003.52
4학년2.262.833.173.66

▼표2 :서강대 어문학부 특례입학생 학점▼

학번재학한
학기 수
특례생
학점평균
일반전형
학점평균
9953. 172. 77
0032. 942. 66
0112. 542. 78

▼표3 :A대 영문과 94학번 특례입학생 전원의 졸업후 진로▼

A씨통역대학원 졸업 후 프리랜서로 활동
B씨여고 영어교사
C씨외국계 컨설팅기업 애널리스트
D씨외국계 금융기업 컨설턴트
E씨외국계 컴퓨터회사 마케팅디렉터
F씨 외무고시 준비 중

미국계 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의 인사담당자는 “영어가 업무의 기본인 만큼 특례만 아니라 교포, 외국대학 졸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국제적 경험을 지닌 사람을 선호한다. 해외거주 경력유무로 가려 뽑는 건 아니지만 영어 업무 수행능력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인사부 남문수 대리는 “해외진출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신입사원 채용시 해외 체류 경험자를 뽑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일을 시켜 보아도 이들은 현지 문화와 상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관련 표3)

그러나 다른 다국적 금융그룹인 HSBC의 인사담당자는 “영어 이외에 수리 등의 능력도 업무를 수행하는데는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특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특례생들의 성공적인 취업 사례는 일반전형 학생들을 ‘낙담’하게도 한다. 연세대를 졸업한 회사원 김은영씨(25)는 “학점이 4.0 만점에 3.7이 넘는 일반학생도 몇 번이나 고배를 마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취업난인데, 학점 3.0이 조금 넘는 특례생들은 추천을 받아 곧바로 여건이 좋은 다국적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