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자크 루시에 '대위법' 지켜 바흐 혼 살렸다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28분


‘자크 루시에 트리오’는 1959년 첫 바흐 연주앨범을 내놓은 이래 클래식 레퍼토리를 재즈로 편곡 연주해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오늘날 바흐 등 바로크 음악가들을 재즈 스타일로 연주하는 아티스트나 그룹이 많다. 그들과 비교해 우리가 가장 자주 듣는 평가는 바흐 음악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면 “일반적으로 바흐 음악의 선율만을 따서 편곡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크 루시에 트리오는 바흐를 그대로 가져온다. 이른바 푸가 등 대위법(對位法·주선율이 등장한 뒤 다른 선율들이 차례로 이를 모방하면서 건축적으로 작품을 엮어 나가는 수법)의 구조다. 그래서 자크 루시에 트리오는 재즈의 자유와 바로크적 대위법의 건축미가 함께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 말한다.

“대위법이야말로 바흐 음악의 핵심이다. 대위법을 지키지 않으면 바흐가 아니다.”

우리가 한국에 온 뒤 누군가가 바흐의 ‘미뉴에트’를 팝 선율로 편곡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영화에도 등장해 한국 사람에게는 친숙한 ‘바흐’라는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 “좋은 노래일지 모르나 바흐는 아니다”고 답했다. 나는 바흐가 우리 연주를 듣고 ‘조금 이상하고 재미있지만 내 작품을 연주하는 콘서트’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굳이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좋은 음악을 함께 하는 것이고, 재즈 팬이건 클래식 팬이건 청중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에 즐기기 바란다. 한국의 청중들은 매우 정겹고 따뜻하다.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환호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청중들이다. 2000년 첫 공연때 느낀 기쁨을 다시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크 루시에(‘자크 루시에 트리오’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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