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王이 될 수 없나”…日 ‘황실전범’개정목소리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37분


일본 마사코(雅子) 황태자비가 1일 딸을 낳음에 따라 천황의 자리는 남자만이 계승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일본 황실전범(皇室典範)의 개정 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황실전범은 남자만이 천황이 될 수 있으며, 남자 중에서도 장남을 우선토록 하고 있다. 현재 황위 계승서열 1위는 나루히토(德仁) 황태자이다. 이번에 황태자비가 아들을 낳았다면 그 아들은 계승서열 2위가 되면서 황실전범 개정 논의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황태자비가 이번에 딸을 낳은 데다 황태자의 남동생(계승서열 2위)도 딸만 둘을 두고 있어 만약 일본 황실에서 왕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황실전범의 개정은 불가피하다.

황실전범 개정 논의의 핵심은 여자도 천황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6월 일본 여론 조사회의 조사에서는 71%의 국민이 ‘여자 천황’에 찬성했다.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등이 헌법을 고쳐 여자군주를 인정하고 있는 것도 개정론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도 여자 천황이 10대에 걸쳐 8명이나 나왔다.

다만 여자 천황을 인정했을 때 여자 황족이 황족 이외의 사람과 결혼할 경우 황족 신분을 잃는다는 규정과 여자 천황의 배우자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나아가 천황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황실전범 개정 문제는 장시간의 논의가 필요하고 한번 손을 대면 대폭적인 개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직 일본의 분위기는 그 정도로까지 성숙된 것 같지는 않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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