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나치 음악가' 푸르트벵글러 "정치선전의 희생양"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4분


“나치의 선전술이 나를 꼼짝못하게 옭아맸다.”

나치의 ‘제3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2차 대전 후 전범재판을 받았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미발표 고백문이 최근 공개됐다. 그는 여기에서 “정치에는 연연하지 않고 음악에만 봉사했으나 나치의 선전선동 때문에 내가 정권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졌다”고 밝혔다. 프랑스 ‘르 몽드 드 라 뮈지크(음악세계)’지에 실린 이 글은 국내 음악전문 월간지 ‘조이클래식’ 최근호에 번역돼 실렸다.

푸르트벵글러는 이 글에서 “나치 정권이 내 음악 활동을 정치 선전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예를들어 1944년 9월 작곡가 브루크너의 이장(移葬)에 맞춰 그가 브루크너의 미완성 교향곡을 생 플로리앙 성당에서 지휘했을 때, 나치 당국은 그가모르게 청중을 내보내고 나치 간부를 들여보낸 뒤 선전에 이용했다는 것.

그는 “히틀러의 생일 기념 콘서트를 건강상 이유를 핑계로 연속 불참하는 등 음악가의 양심에 비추어 최대한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사실도 밝혔다. 1934년 베를린 필 음악감독 등 독일내 모든 공직을 사임했고 2년 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후임으로 뉴욕 필 음악감독 계약서에 서명했으나 이를 알아챈 베를린의 당국이 ‘원직 복직’을 강요하는 바람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푸르트벵글러는 전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1947년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로 재취임해 1954년 사망할 때 까지 재직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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