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이영애 'CF 퀸의 이미지는 바뀌면 안된다?'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7시 24분


분위기있는 가을의 CF퀸은 단연 이영애다. 큼지막한 광고에 연달아 등장하면서 그녀만의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발산한다. 하지만 새로운 광고가 나와도 이영애는 변하지 않는다.

'지펠' 냉장고광고 'Dream Castle' 편은 뭔가 있을 법한 '분위기'가 반은 먹고들어간다. 특히나 촬영지인 샹티성은 실제로 백작이 살았던 프랑스 근교의 고성이다. 돌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성이 주는 색다른 매력은 이 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는 로맨틱과 웅장한 이미지를 깔아준다. 스케일면에선 압도적이고 조각이나 기둥은 섬세하다.

이런 중세의 이미지에 뛰어든 이영애. 그녀는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고 사랑을 꿈꾸는 로맨틱한 중세귀부인 같다. 그간 봐오던 어떤 광고에서보다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모습이다. 그녀는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보고 낙엽을 밟으며 '언제나 당신을 기다립니다'라고 속삭인다.

기다리는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드디어 거대한 문을 열어젖히고 남자품에 쏘옥 안기는 이영애. 그녀의 가냘프고 수동적인 여성성은 고성이 주는 확고한 남성성에 폭 파묻힌다.

한국통신 국제전화 001 광고 역시 전형적인 이영애표 스타일이다. 올 가을 유행컬러인 보랏빛의 라벤다 꽃이 가득 핀 들판. 바람이 적당히 일렁인다. 이영애는 머리카락과 치마자락을 날리며 전화 중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에게.

'들어봐요' 라벤다 꽃이 바람에 일렁이는 소리를 송신하려는지 전화기를 갖다댄다. 그러자 들려오는 남자친구의 목소리. '너의 향기까지 들을 수 있어' 이영애의 깨끗하고 청순한 얼굴 표정이 라벤다 꽃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정말 꽃향기라도 풍기듯 싱그럽고 향기롭다.

지펠냉장고나 001 광고는 흡사한 구조를 띄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광고면서도 변별력은 떨어진다. 우선, 특별한 배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 지펠은 중세의 고성이라는 로맨틱한 공간을, 001은 라벤다꽃이 가득핀 행복한 공간을 선택한다. 그 공간 이미지에 걸맞는 아이템으로 이영애가 등장. 멋진 남자와 사랑을 확인한다. 엔딩.

이렇게 이영애가 등장하는 광고들은 대체로 게으르다. 엇비슷한 컨셉에 비슷한 뉘앙스로 이영애가 등장한다. 이영애라는 빅모델과 멋진 배경과 사랑이라는 세가지를 버무려놓는게 전부다. 말하자면 이영애라는 모델이 이미 그 광고의 이미지까지 결정한다. 그만큼 그녀의 이미지가 한가지 패턴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광고 속에서 유난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해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영애.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달콤한 사랑을 할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여자.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 그 미소는 늘 똑같이 느껴진 꿈꾸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여자모델이 이렇게나 없는 걸까 안타깝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우스개 '이영애의 하루' 는 많은 광고에 출연하면서도 별 차이점을 못느끼고 그게 그거 아냐라는 따끔한 조소다.

늘 한결같이 여성스러움을 내세우고, 남자에게 사랑받고, 미소짓는 게 전부라니. 아무리 배경을 바꾸어도 달라지는건 없다.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터라 브랜드까지 뭐가뭔지 헷갈릴 정도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안전하지만 오래 고여있으면 썩는 법이다. 광고회사의 창조적인 정신도 아쉽기만 하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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