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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1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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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미술전-아홉번째 공감(共感)’을 알리는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나붙었다. 이날 저녁 개막식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한 기획단장 노준모씨(26·판화과 2년)는 행사 준비로 한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가 초췌한 빛이 역력했지만 작품이 속속 걸리는 것을 확인하자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3일까지 계속되는 홍익대 거리미술전은 올해 9년째. 20대의 젊은 작가 600여명이 홍익대 앞 건물과 거리를 ‘캔버스’ 삼아 벌이는 거대한 미술실험이다. 노씨를 비롯해 홍익대에 다니는 35명의 대학생들이 기획에서 진행 연출까지 모든 것을 도맡았다. 아마추어지만 열정은 프로 못지 않다.
지난해 거리미술전이 끝나자마자 올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거리미술전을 분석하고 전시됐던 작품을 정리하는 데만 꼬박 4개월이 걸렸다. 예산을 마련하고 전시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노씨와 부기획단장인 최정민씨(24·여·예술학과 4년)의 몫.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대학생들이 ‘치기(稚氣)’로 벌이는 ‘놀이’가 아니라 시민들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종합예술축제여서 홍대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죠.”
서울시와 마포구청을 오가며 공무원들을 설득해 결국 예산지원을 받아내고, 지역 상인들에게 매달려 카페 비디오방 등을 전시공간과 영상전 장소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어냈다. 건물주들도 건물 벽을 ‘캔버스’로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노씨 등은 이번 거리미술전의 하이라이트로 홍익대 정문 앞 놀이터에 3m 높이의 ‘로봇 태권V’ 플라스틱 조형물을 세우는 만화전을 꼽았다. 또 가로등과 전신주, 벤치 등 거리의 공공시설물은 행사기간 중 ‘설치미술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거리미술전 행사내용 전시전 홍익어린이공원 평면회화 및 사진 45점,설치작품 11점 영상전 〃, 딤프비디오방 비디오아트, 뮤직
비디오, 단편영화벽화전 홍익대∼극동방
송국거리 등 31곳벽화, 그래피티,
버스외벽전시만화전 홍익어린이공원,
카페 ‘백강’ 앞로봇 ‘태권브이’ 전시전 참여
미술홍익어린이공원
주변판화, 염색, 도예, 금속공예 공연 홍익대 정문 주차
장퓨전음악, 무술,
마임, 패션쇼, 재즈댄스 공연
이들은 미술전이 끝나면 또 다른 ‘실험’을 할 생각이다. ‘로봇 태권V’를 청동으로 다시 만들어 홍대거리의 명물로 영구 보존한다는 계획. 현재 저작권을 가진 한 영화사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노씨는 “미술전을 준비하며 쌓은 ‘설득’ 노하우로 후원을 얻어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