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찾아 끼리끼리 즐겨요"…'브랜드 로열리스트' 모임 급증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좋아하는 상표 하나로 친구가 되는 세상. 특정 상품을 좋아하는 공통점 하나로 진한 동류의식(同類意識)을 나누는 ‘브랜드 로열리스트(Brand loyalist)’ 모임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대 대중문화가 소비와 직결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소비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동질감을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양윤(44·梁潤·소비심리학) 교수는 “이 같은 모임에서 기업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아끼지 않아 ‘건전한 기업 감시’ 측면에서의 순기능을 발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바짜 커피 동호회▼

“몇 해전 우리나라에 원두커피 붐을 일으킨 헤이즐넛 커피는 가장 오래되고 기름이 많은 원두에 향을 가미한 커피예요. 가장 신선한 커피는 단연 원두를 압축해 짜낸 에스프레소죠.”

13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커피전문매장인 ‘라바짜’에서 만난 노블리안닷컴(www.noblian.com)의 커피동호회 ‘카페 노블리안 클럽’ 회원들.

1년 넘게 서울시내 여러 커피 전문매장을 순회하면서 커피 품평회를 갖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도 가진 덕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게 된 이들이 열광하는 커피 브랜드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라바짜’이다.

회장 김도윤씨(26·고려대 경영대학원)는 “최고급 원두로 짜낸 에스프레소 커피가 텁텁한 뒷맛 없이 깔끔하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갓 구워낸 원두의 향이 그대로 살아나는 높은 신선도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이 귀띔해준 ‘커피 맛보기(tasting)’법 하나. 에스프레소 한 숟가락을 빠르게 이 사이로 빨아들인다. 첫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면 일단은 합격점이다.

▼새우깡 스낵 동호회▼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익숙한 로고송과 함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농심 새우깡도 마니아들을 갖고 있다.

‘개띠와 양띠 사이(새우깡 세대여 모이자!)’라는 이름으로 다음 카페(www.daum.net)와 오프라인에서 활동중인 이 모임의 회원 이백승씨(25·서경대 응용통계학과 3년)는 “71년에 태어난 새우깡과 함께 자란 20대들이 모여 공통적인 관심사를 나누는 친목모임”이라고 동호회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 모임에서는 새로 가입한 회원을 지난해 출시된 ‘매운 새우깡’으로 부른다. 활동성적이 좋으면 ‘새우깡’으로 승격된다.

지난달 카페 개설 1주년 기념으로 가진 모임에서는 열성파 회원들에게 초대형 ‘노래방 새우깡’을 선물로 주었다.

이들이 꼽는 새우깡의 매력은?

“어렸을 때부터 친숙한데다가 질리지 않는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회장 손정희씨(22·남서울대 경영과 3년)의 말이다.

▼티뷰론 자동차 동호회▼

다음 카페에서 ‘티뷰론 클럽’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티뷰론 로열리스트들’. 동호회를 만든 지 3개월 만에 회원이 1500명이 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5일 오후 한강 시민공원 잠원지구로 미끈한 티뷰론 7대가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말을 이용해 강원 속초로 함께 가을 바다를 보러가기로 했다.

나이, 성격, 직업은 각기 다르지만 오직 티뷰론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뭉쳤다.

회원 김성진씨(24·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스포츠카 모임이라 기동성이 좋은 덕에 맛집 기행, 서울 근교 드라이브 등을 하기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차는 이동수단 그 이상이다.

세차부터 튜닝, 카 인테리어까지 자동차 관리에 끔찍이 공을 들인다.

회장 방동석씨(22·단국대 재료공학과 휴학)는 “티뷰론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술적, 예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며 “외국 스포츠카와 비교해 아쉬운 점 등을 토론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고 말했다.

▼나이키 운동화 동호회▼

“국산 운동화는 질은 좋지만 디자인이 학생들 취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요. 나이키는 유명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마케팅도 잘하고 디자인도 자주 ‘업데이트’ 되는데….”

프리챌 ‘나이키 파워’(www.freechal.com/nikepower) 홈페이지 운영자 서창현군(13·서울 영동중 2년)은 이렇게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키 파워’ 회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상품과 상품별 특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

나이키 운동화는 8만∼20만원대의 고가. 욕심만큼 구입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종류와 특성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로열리스트’답게 이것저것을 체크해 최상의 상품을 구입한다.

이들이 들려준 나이키 운동화 구입 노하우. 공기가 주입되어 있는 ‘에어’ 부분에 흠집이 나거나 도색이 잘못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본다.

상품명에 따라 크기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에어 맥스’는 자기 발보다 작은 사이즈를, ‘에어포스’는 약간 큰 사이즈를 사야 발에 꼭 맞는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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