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박람회 13000명 방문…'脫한국' 예비인파 북적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32분


1일부터 이틀간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2회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
1일부터 이틀간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2회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
“좀 여유있게 살고 싶어요. 비전도 없이 힘들기만 한 한국을 떠나고 싶어요.”

1일부터 이틀간 사단법인 한국국외이주알선법인협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개최한 ‘제2회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에는 올 3월 첫 박람회 때 1만5000여명이 몰린 데 이어 1만3000여명이 찾아와 해외 이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한시간 간격으로 이민관련 업체가 이민에 대한 전반적인 브리핑을 해주는 이주설명회에는 50명이 정원인 방에 초과인원이 수십 명씩이나 몰려 까치발을 해가며 설명을 받아 적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전시장을 찾은 참가자들은 이민을 희망하는 이유로 ‘고비용 저효율’로 요약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꼽았다.

2일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회사원 안정훈씨(42·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아이에게 좀더 나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오는 10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면서 “앞으로 딸아이가 한국에서 살기 위해 들일 노력을 생각하면 외국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2명과 함께 온 주부 이모씨(38·경기 고양시 화정동)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현재의 사교육비는 월 50만원정도밖에 들지 않지만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5년 안에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아이들이 셋 이상이면 한국에서의 장기적인 사교육비가 이민과 해외생활에 드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덧붙였다.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주부 서미연씨(31·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가족중심적으로 여유있게 살고 싶어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사업 알선업체인 C개발공사 김글로리아 이사는 “상담자 대부분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으로 경비가 덜 들고 조건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독립이민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미국 캐나다 이민 희망자가 여전히 많지만 최근 뉴질랜드와 호주 쪽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그러나 정착 초기에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이민을 포기한 사람도 많다”면서 “뚜렷한 비전과 의지없이 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는 큰 실패를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민 박람회와 함께 열린 제13회 해외 유학·어학 박람회에도 이틀간 4만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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