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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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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학교에 일어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없기 때문이래요. 그러면서 왜 선택과목이라고 했는지….”
올해부터 ‘교육 수요자’ 중심의 제7차 교육과정이 중학교에 도입됨에 따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한문 컴퓨터 환경 등 3과목에서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생활 외국어(제2외국어) 7과목이 추가돼 모두 10과목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는 한두 과목만을 일방적으로 정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시내 354개 중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개 선택과목 가운데 수요가 많은 제2외국어를 개설한 학교가 4개교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4개교는 모두 일어 강좌를 개설했으며 나머지 6개 외국어 강좌를 개설한 학교는 한곳도 없었다.
절반에 가까운 175개교(49.4%)가 한문과 컴퓨터를 개설했고 109개교(30.8%)가 한문 등 한과목만 개설해 학생들이 선택할 여지를 두지 않은 학교도 149개교(42.1%)나 됐다.
선택과목을 지정할 때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한 학교는 67개교(19.5%)뿐이었고 257개교(72.3%)는 교사 수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경제교육 진로교육 통일교육 등 연간 34시간 이상 수업하도록 돼 있는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도 과목을 선택할 때 학생의 요구(12.1%)나 학부모의 요구(3.4%)를 수용한 학교는 15.5%에 불과했고 교사 수급(60.7%)이나 교사 요구(20.6%)를 반영한 학교가 81.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담당 교사를 지정할 때도 유사 전공자를 배치한 학교는 26%에 불과했다. 심지어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자기 주도적’ 재량활동 시간에도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15.8%에 불과했고 78.6%는 교사 수급 상황이나 교사의 요구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요자 중심의 새 교육과정이 도입됐지만 교사들의 신분 불안 등을 이유로 일선 학교는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교사 임용시험에서 복수 전공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파트타임 교사를 채용하는 등 융통성 있는 교원 수급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