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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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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변신은 무죄?’병원이 기존의 우울하고 침침한 ‘틀’을 벗어던지고 있다. 병원이 환자들과 가족들의 근심 어린 표정만 가득한 공간 대신 그림전시회와 음악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대형 종합병원들이 주도하는 이 같은 변신의 이면에는‘고객(환자)’ 유치를 위한 ‘총성(銃聲) 없는’마케팅 전쟁이 뜨겁다.
신청곡 받아 즉석에서 연주
▽여기가 병원 맞아?〓서울중앙병원은 병원 내에 마련된 50평 규모의 갤러리에서 다양한 미술전시회를 열고 있다. 9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개최된 전시회는 총 89회에 이른다.
또 다른 히트상품은 99년 말부터 매월 셋째주 금요일 가요 ‘칠갑산’을 불러 유명한 가수 주병선씨가 진행하는 ‘주병선의 음악세상’. 이 코너는 퇴원한 환자들이 다시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월 2차례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빼놓을 수 없다. 02-2224-3140
서울중앙병원에 맞선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야외 조각공원을 자랑한다. 94년 4월 문을 연 이 조각공원에는 세자르 조성묵 등 국내외 중견작가 12명의 조각품 13점이 배치됐다. 이 조각공원은 병원을 찾는 환자나 가족에게는 예술적 향기가 그윽한 산책코스로, 병원 인근 강남구 일원동 주민에게는 휴식차 자주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또한 이 병원의 본관 1층 로비는 95년부터 대학 음악동아리나 예술고 학생들이 매주 1, 2차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연주회를 갖는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02-3410-3145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은 작년 5월부터 매주 수요일 낮 12시반부터 1시간 동안 병원 1층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친 환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SBS 오케스트라 출신의 도요한씨가 지휘하는 이 악단은 전문음악인 3∼5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자원봉사로 나선 이들은 즉석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의 신청곡까지 받아 연주하는 서비스를 제공,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주 이 음악회를 지켜본 입원환자 이모씨(42·여)는 “지금까지 병원하면 으레 삭막한 분위기만 떠올렸던 게 사실”이라며 “흥겨운 음악회를 지켜보면서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상품으로 차별화 시도
▽박물관 투어까지…〓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색다른 문화상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을 십분 활용한 ‘박물관 투어’가 바로 그것.
서울대병원의 ‘의학박물관’에서는 99년 5월부터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근현대 의학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적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는 고려시대 약절구통 이나 50∼60년대 사용하던 각종 의료기기는 물론 동의보감원본 등 희귀한 한국 근대의학 사료 8000여권이 전시돼 있다. 평일 오전 10시∼낮12시, 오후 2∼4시에 관람이 가능하다.02-760-2635
76년 문을 열고 2000년 1월 확장 개관한 ‘동은의학박물관’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명물이다. 연세대 의대 4층에 마련된 공간에는 1880년 의료선교사인 알렌이 사용했던 의료기구 진단서 등 300여점의 의학 관련 유물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매주 화, 목요일 오전 9시반부터 오후 4시반까지 일반인의 관람이 가능하다. 02-361-5710
'잠재고객' 확보 부수 효과도
▽왜 변하고 있나?〓갈수록 치열해지는 고객유치 경쟁에서 한발 앞서기 위한 병원들의 생존전략 때문이다. 단순히 병만 치료하는 공간이라는 고전적 틀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는 것.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 내방객에게도 병원이 친숙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될 경우 병원들은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서울중앙병원 홍보실장을 맡고 있는 이상도 교수(호흡기내과)는 “병원하면 으레 연상되는 긴장되고 딱딱한 이미지를 바꿔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병원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 앞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병 원
내 용
장 소
일 시
문 의(02)
강남성모병원
수요음악회
1층 로비
매주 수요일 오후12시반∼1시반
590-2377
고대안암병원
클래식 연주회
8층 정신과 병동 로비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전11시
920-5662
삼성서울병원
자원봉사음악회
1층 로비
매주 1∼2회. 요일은 유동적.
오후4시반
3410-3145
서울대병원
영화감상
임상의학연구소 강당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오후3시반, 오후6시
760-1603
서울중앙병원
영화감상
6층 대강당
한달에 1∼2회. 요일은 유동적.
오후 5시
2224-3140
대항병원
음악감상, 연주회
지하1층 대항아트홀
매주 월요일 오후2시반∼4시반
6388-8777
서울치과병원
음악감상,주부가요
노래실(유료)
지하1층 스테파노스
음악감상실
평일 오전10시∼낮12시
547-7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