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엌은 신나는 교실…고양 화정유치원 요리교육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39분


이동희 원장과 어린이들이'꼬마김밥'을 만들고 있다.
이동희 원장과 어린이들이
'꼬마김밥'을 만들고 있다.
“위험해, 여기서 놀면 다쳐!”

자칫하면 ‘흉기’가 되는 주방 용품으로 둘러싸인 부엌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이렇게 다그쳐 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 수칙만 잘 일러 놓는다면 부엌을 훌륭한 교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유치원의 이동희 원장(58)은 ‘요리교육활동 프로그램’을 도입해 유치원에서는 물론, 각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해 볼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요리 시간에 얼마나 진지한지 몰라요. 자율적으로 일을 분담하면서 협동심도 발휘하지요.”

경기대학교 사회교육원 유아교육과 강사로 출강 중인 이 원장은 요리는 구체적 조작물을 통해 사물을 익히는 유아기의 성장 발달 단계에도 꼭 맞는 교육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에는 요리 계획과 장보기 단계까지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성취감과 책임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요리 교육의 첫 단계는 안전 교육. 칼이나 유리 제품을 다룰 때에는 ‘천천히 움직일 것’을 강조한다. 불을 사용하는 요리의 경우, 각별한 주의를 쏟아야 함은 기본이다.

“자, 오이를 두 번 잘라보자. 그럼 몇 조각이 되지?” “큰 숟가락에 가득 찼던 설탕을 작은 숟가락에 나눠 담으려면 몇 개가 필요할까?” 등 요리를 하면서 숫자 공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파, 당근 등을 요리 재료로 사용하면서 편식 습관을 고치는 것도 부수 효과 중 하나. 삶은 달걀 껍데기 등을 까게 하면서 손 조작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요리교육의 성과를 높이려면 요리 활동 기록지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제비를 만들 경우, 기록지에 △밀가루의 색깔, 맛, 느낌은 어떤가요? △밀가루로 만든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밀가루 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보고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밀가루’로 시작해 끝말잇기를 해 봅시다 △내가 만든 요리를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등 관찰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제를 준비한다.

“밀가루 반죽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물 위로 떠오릅니다. 밀가루 반죽은 떠오르면서 무슨 말을 할까요” 등 ‘깜찍한’ 질문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잠수 끝!” “앗, 뜨거워!” “숨차요.” 등 재치있는 대답을 쏟아낸다.

요리 메뉴는 팥빙수, 색깔 주먹밥, 김밥, 샌드위치 등 조리법이 간단한 것으로 고르며 아이와 함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보는 것도 좋다.

5월 백설 햄스빌이 수도권 8개 유치원을 순회하며 벌인 요리대회에서도 샌드위치용 햄 속에 각종 야채를 넣고 김밥을 싸듯이 말아 이쑤시개로 고정시키는 ‘햄 야채 꼬치 말이’, 밀전병에 각종 재료를 싸 먹는 ‘파지타’ 등 간단하면서도 독창적인 요리가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꼬마김밥 만들기▼

준비물 : 밥, 오이, 당근, 햄, 치즈, 김 등, 보통 발의 4분의 1 크기의 미니 발

아이와 함께 할 일질문 거리
고슬고슬하게 지어 식혀 둔 밥에 양념하기어떤 양념을 넣어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날까?
김 한 장을 4조각으로 자르기김이 없으면 대신 어떤 재료로 밥을 감쌀 수 있을까?
발에 김을 펼쳐놓고 밥을 얇게 펴기어떤 모양으로 밥을 올려 놓을까?
밥 위에 치즈, 오이, 당근, 햄 등을 올려 놓기각 재료의 형태, 색깔, 특징은 어떤가? 씹어보면 어떤 소리가 나나? 치즈는 무엇으로 만들까?
김밥을 말아 형태를 만들고 썰기김밥을 썰면 단면은 어떤 모양일까?
큰 접시에 김밥을 담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장식하기어떻게 꾸며야 먹음직스러울까?
뒷정리 및 품평회다음에는 어떤 재료를 넣어 볼까? 그러면 어떤 맛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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