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36명 산골분교, 전국 어린이글짓기대회 으뜸상 석권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19분


‘도심 속의 산골분교’ 광주 동초등학교 충효분교.

비록 광주광역시에 속해 있지만 시내에서 14㎞나 떨어진 무등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학생들은 ‘무등산 아이들’로 불린다.

선생님 3명에 전교생이 36명에 불과한 이 학교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전국규모 어린이글짓기대회를 휩쓸어 화제다. 대상인 으뜸상을 비롯해 무려 14명이 입상했다.

이 학교 문관식(文官植·53) 분교장은 11일 전국어린이글짓기대회를 주최하는 새싹회(회장 윤석중·尹石重)에서 이 같은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난달 28일 전국 1820개교 4만500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3학년 김소영양(10)이 으뜸상을, 문옥현양(13·6학년) 등 3명이 은상을, 김선성군(10·3학년) 등 10명이 장려상을 받게 됐다는 것.

김양의 동시 ‘가보고 싶은 곳’은 외지에 나가 건어물 가게를 하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꾸밈없이 담아 으뜸상을 받았다.


유치원을 다녀본 적도 없고 과외수업 한번 받아보지 않은 아이들. 이 아이들은 어디서 이처럼 빼어난 글 솜씨를 배웠을까.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문 교사는 “때묻지 않은 동심은 자연의 품안에서 절로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고 말한다. 자연이 최고의 스승이라는 것. 문 교사를 포함, 단 3명에 불과한 이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타고난 시심(詩心)이 절로 피어나도록 ‘열린 교육’에 주력했다.

선생님들은 매주 한두 차례씩 전교생들과 함께 학교 뒷산으로 ‘나들이’를 간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나무와 꽃과 새들을 벗삼아 글짓기도 하고 뛰놀면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편다.

이 학교의 유일한 과제물은 딱 하나, ‘일기쓰기’.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일기만큼은 꼼꼼하게 챙긴다. “보고 느낀 대로 쓰는 게 좋은 글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어요. 상상력이 풍부하니 특별히 글재주를 가르칠 것도 없습니다.”

한때 200여명에 이르던 학생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폐교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96년 분교로 바뀌면서 더 유명해졌다. 올 초 ‘아름다운 학교본부’가 뽑는 아름다운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광주학생예술제에 전교생이 풍물팀을 만들어 출전, 동상을 타기도 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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